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4일 17:04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김남희의 금융살롱]인사 혁신방안 내놓은 금감원...내부인사는 '요지경'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11-09 11:32

▲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는 ‘요지경(magic glass·사진)’은 기묘한 이미지가 담긴 확대경이다. 다양한 풍경과 무늬를 보여주는 요지경은 '신비한 세상'에서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요지경 속 세상’이란 뜻으로 변화했다.ⓒEBN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는 '요지경(magic glass·사진)'은 기묘한 이미지가 담긴 확대경이다. 오늘날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요지경 속 세상'이란 뜻으로 변화했다. 가수 신신애 씨가 1993년에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를 통해 '별의별 모습의 세상'을 풍자한 바 있다.

그 '요지경'이 정치권에서 시작돼 금융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다름아닌 '관치금융'.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과 금융기관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어서다. 그 인사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한 모습이다.

'관치금융 스케줄'에 얽매여 있는 금융감독원은 현재 속이 타들어간다. 가계부채 해결과 금융산업 혁신에 쓰여져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 같아서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집중하느라 금융권엔 최근 관심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금감원 인사가 요지경에서 난맥상, 복마전(伏魔殿)으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마귀(魔鬼)가 숨어든 '악의 근거지'로 불리는 그 복마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오늘 금융감독원은 인사혁신방안을 발표한다. 우선 서류전형 폐지 등 채용에 있어 외부 청탁 등 사전에 문제가 될 소지들을 차단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내부의 인사시스템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당면한 문제부터 보자.

일단 수석부원장의 공백 여파가 상당한 가운데 업무 마비가 골칫거리다.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제재심의위원회가 두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라서다. 그나마 9일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제재심이 열리면 그간 누적된 민간 금융사에 대한 제재 수위 심의가 시작된다.

▲ 김남희 기자/경제부ⓒEBN
문제의 수석부원장이 당초 관료에서 민간 출신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금융위원회와의 소통문제가 새로운 걱정거리다. 수석부원장은 1인자 금감원장이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2인자로서 객관적 직언을 전하는 위치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는 민간기관이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민간 출신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원회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은 인사적체로 이른바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다. 인사적체는 장기간 고쳐지지 않는 금감원 고질병으로 거론된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시 된 '방만 경영'의 또 다른 말은 '인사적체'다. 현재 금감원 정규 직원은 1900여명에 달하는 데 설립 당시 대비 56% 가량 불어난 규모다.

이중 수십명이 승진 누락으로 팀원 자리로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이는 국장급인데 경쟁에 밀려 팀원일을 맡았다. 인사 적체의 한 단면이다. 금감원 인사가 논란 속에서도 금융 관련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같은 '인사적체'가 '인사배출'을 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2015년 2월 취임하면서 임원과 주요 국·실장을 대부분 1960년대생으로 물갈이했지만 고질적인 병폐인 인사적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내부 상황은 이러한데, 국회를 비롯한 새 정부 관료들은 자기 사람을 금감원 주요직에 앉히려고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 내부 승진 기회가 줄어든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부 승진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금감원 내부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승진은 금전·비금전적인 혜택과 함께 조직에서 잘 해냈다는 자부심과 자존감을 세워 주는 최고의 동기부여다. 승진과 성과급은 몸담은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전문성을 쌓으려는 성장 기제라 일컫는다.

문제는 가뜩이나 감사원 감사 후폭풍 이후 사기가 저하된 금감원이 정부의 코드인사와 보은인사를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홀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 '낙하산' 외부 인사의 경우 짧은 시간에 치적을 내려는 과욕으로 조직을 벼랑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았다. 내부인사는 전문성으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정치적인 욕심에 휘말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해야할 일과 위험한 일을 구분할 줄 알기 때문이다. ⓒEBN

내부 승진의 좋은 점은 그 사람의 조직 파악이 바로 가능하다는 데 있다. 전문성을 바로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외부 출신자들은 보편적으로 조직을 파악하고 업무를 익히는 데 1년 이상 걸린다. 일 좀 알겠다 싶으면 이미 3년 임기가 만료된 시점이다. 이른바 외부 인사는 3년이면 그 조직에 '나그네'요 '과객'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또 '낙하산' 외부 인사의 경우 짧은 시간에 치적을 내려는 과욕으로 조직을 벼랑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았다. 내부 인사는 전문성으로 승부를 걸기 때문에 정치적인 욕심에 휘말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해야할 일과 위험한 일을 구분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무리한 내부 승진을 위해 자격이 안 되는 이가 초고속 승진하는 부분도 내부 갈등의 요인이 된다. 현재 금감원에서는 부원장보 이상 전원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여성 임원 안배 차원에서 모 실장의 임원 승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업무 전문성은 내부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자비 유학을 떠난 2년 휴직 기간을 고려하면 임원 승진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팀장에서 부국장도 거치지 않고 실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임원으로의 인사는 과하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표출되기도 한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비 유학으로 스스로에게 교육 투자를 함으로써 전문가 대열에 한 발 더 가까이 간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인사코드가 '경기고-부산-참여정부-장하성 실장' 라인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 '관치금융'도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는 시름이 금융권 곳곳에서 나온다. 박정희 정권의 군정에 의한 1962년 증권파동사건으로 시작된 정치금융, 관치금융 그늘은 전두환 정권 시절 유착형 금융비리,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을 금융 역사는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만찬 식탁에 오른 '독도새우' 요리가 화제였다. 청와대는 해당 메뉴를 통해 독도와 관련된 역사문제에 있어 미국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져달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외교도 이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라고 한 작가 이외수의 찬사가 인상적이다. 금융도 가슴으로 금융 해법을 풀어나갈 전문가들이 선발돼, 진정성있는 처방전과 동기부여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관치금융'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원칙이 세워져야 하고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비판이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의 저울질 아래서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때 비로소 '금융경쟁력'이 생긴다. 영화 시장을 개방하니 한국 영화에 경쟁력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물러난 '관치금융'과 '금융한류' 탄생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