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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성장 이끌 현실적 대안 필요"…文경제팀에 한 목소리

박용만 회장, 김동연 부총리에 전문가 제언집 전달
경제계 "기업 성장보다 연명 호소만 한 것 반성"

최수진 기자 (csj890@ebn.co.kr)

등록 : 2017-11-16 10:30

경제 전문가들이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며 "혁신과 성장을 이끌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용만 회장이 16일 김동연 부총리를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50여명의 이같은 목소리를 담은 제언집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학계·컨설팅사·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그 결과를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으로 엮어냈다.

이는 경제단체가 기존의 소원수리형 건의에 벗어나 전문가의 균형 잡힌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대책을 세웠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 과제들, 방향은 섰지만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 있는 과제들에 대해 이번만큼은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제언집은 빅데이터·GPS 등의 활용이 규제에 묶여있는 점, 서비스 산업의 허들 등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검증해 △경기하방 리스크 △산업의 미래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부문으로 정리했다.

경기하방 리스크 부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의 랠리국면 등 경기 호조 부문과 함께 경기의 그늘진 부문도 다루었다.

실제로 상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영업이익은 2분기에 17.1% 늘었고, 3분기에는 45.4%로 더 높아졌지만,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이 83.7% 늘 때 10대 그룹을 제외한 여타 상장사는 2.2% 감소하는 등 실적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다양한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중소기업 지원' 자체에만 국한된 채 역량강화와 기업성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도 "3% 성장이 나오려면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자료=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대한상공회의소]
제언집은 산업의 미래에 방점을 뒀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로 꼽히는 빅데이터·GPS 활용이 규제에 막혀있다", "의술, 교육열 등 장점을 서비스산업 발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제 값 주고 사줄 곳이 없다" 등의 고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수 정책이 늙은 기업의 연명을 돕도록 설계돼 있다"며 "잠재력이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가도록 정책구조를 바꾸고 재도전 가능한 사회안전망도 갖출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자산 1조원 이상 기업가(포브스 기준)의 자산축적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5.9%만이 자수성가형이고 74.1%가 상속형 기업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78개국 중 최저 수준으로, 전체 평균(69.6%)에도 한참 못 미쳤다. 반면 중국(98%), 영국(93.6%), 일본(81.5%), 미국(71.1%)은 자수성가형 비중이 상속형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규제 환경도 중요하다"며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00대 사업모델 절반 이상이(57개사) 제대로 꽃피기 힘들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306시간)보다 길며 비정규직 비율은 2배 수준이고,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OECD 평균은 17%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4%로 높게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현 상태 유지에 급급하다"며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노동개혁도 가능해진다"며 "숙련된 고용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국민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제언집은 한국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글로벌 기업 중 하위 25%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기업 중심의 포지티브 캠페인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제언집을 통해 반성의 목소리도 냈다.

이들은 "그동안 경제계가 10년 후, 20년 후 미래 성장원을 얘기하기보다는 기업의 연명을 위한 호소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며 "정부가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만드는 일에 경제계도 가교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