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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59만명 장기소액연체자 '빚잔치' 끌낼까

상환능력 없으면 추심 중단 등 금융위,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정책 발표
매입채권 담보제출 제한 등 대부업 규제강화·장기 연체자 발생 예방도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7-11-29 11:00

▲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 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금융위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씨(남, 53세)는 소규모의 회사를 직접 운영했던 전직 '사장님'이다. 가정에선 아내와 삼남매의 가장이었다. IMF 이후 김씨의 삶은 정반대로 기울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대표이사로서 법인 채무의 보증인으로 설정돼 집과 재산 전부가 경매에 넘어간 것이었다.

김씨는 채무불이행정보로 인해 제도권 금융회사는 이용할 수 없어 대부업체에서 150만원의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 하지만 일용직으로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마저도 갚지 못하게 됐고, 11년째 추심에 시달리던 김씨의 채무는 연체이자를 포함해 800만원이 넘게 됐다.

김 씨는 정부에서 장기소액 연체 채무자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씨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상담사의 안내에 따라 소득정보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상환능력 심사 결과 김씨는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대부업체가 보유한 김씨의 채권은 신규기금이 매입했다. 이제 김씨는 더 이상 대부업체의 추심도 받지 않게 됐고, 3년 후에는 채무도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가 159만명에 달하는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9일 당정협의를 통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확정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선 장기소액연체자는 원금 1000만원 이하의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 완료를 하지 못한 이들로 부채 규모는 6조2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이들 중 다수는 제2금융권 채무자로 평균 450여만원을 15년 가량 연체 중인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세부 내용 발표에 앞서 "장기소액연체자의 규모가 가계부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장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가장 취약한 채무자에 대한 대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채권 소각 등이 포함된 이번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의식한 말이다.

최 위원장은 "자력으로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이런 분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틀에 가두어 상환을 통한 채무 해결만을 기다린다면 이 분들은 평생 '연체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이들 장기소액연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고 향후 장기연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는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원금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 총 83만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면밀한 상환능력 심사를 거친 후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 중단을 담고 있다.

최대 3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재산, 소득 등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으면 채무를 완전히 면제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갚아서 손해'라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상환자에게 보다 큰 혜택이 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7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금융회사, 대부업체 등의 원금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도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상환능력을 심사하여 채무를 면제해드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시적 연체가 장기연체화 되지 않도록 부실채권의 추심.매각 과정의 규율을 강화하고, 채무조정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추심하는 대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반복적인 채권 재매각, 불법-과잉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회사의 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을 유도하고 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도 채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적극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어려운 상황의 채무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종합 신용상담을 강화하고 채무조정시의 혜택을 확대해 보다 쉽고 빠르게 연체를 극복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행복기금 잔여 채무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재기를 지원하고, 향후 채권 회수금은 서민금융 재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를 제외한 국민행복기금 잔여 채무자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다양한 재기지원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조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겠다"면서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연대보증 폐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국민행복기금의 연대보증인 약 24만명은 간이심사 후 즉시 채무 면제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금융회사에 초과회수금을 지급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수익배분 구조도 개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보유채권 중 채무자가 정상 상환 중인 기존 약정채권 등을 일괄매각해 앞으로 초과회수금의 발생과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채권의 회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을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는 방향도 밝혔다. 약정채권 매각으로 금융회사가 지급받는 채권 매각대금 등은 서민금융 재원마련을 위한 자발적인 기부협조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지원방안 시행을 통해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상환부담을 해소하고 경제활동으로의 신속한 복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회사는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심사 관행을 확립하게 되고, 부실채권 매각·추심 감독강화를 통해 상환능력이 부족한 소액채무자들이 과도한 추심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정부는 도덕적 해이는 최소화하고, 자력으로는 도저히 재기할 수 없는 취약한 계층의 장기소액연체자만을 선별하고 추심중단 후 채권소각까지 유예기간을 두어 최종 처리 전 재심사를 실시해 대책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설명한 최 위원장은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의 "누구도 혼자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인용해 이번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누구도 혼자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소액연체의 상황은 일차적으로는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지만,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 경제상황,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건강한 활력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분들이 다시 건강한 경제금융 생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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