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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가시밭길 걸어온 박대영 삼성重 사장, 아름다운 퇴장

박대영 사장 "경영부진에 책임지고 사임하겠다" 뜻 밝혀
수주가뭄·중대재해 험로…38억불 해양설비 따내, 수주실적 초과

김지웅 기자 (jiwo6565@ebn.co.kr)

등록 : 2017-12-12 16:31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삼성중공업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5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내년 1월 26일 임시 주주총회까지 남은 기간 임기를 마무리하면 앞으로 삼성중공업은 후임 대표이사 사장인 남준우 거제 조선소장(부사장)이 이끌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11일 "박대영 사장(64)이 최근 경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후진에게 기회를 준다는 뜻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박대영 사장은 남준우 부사장(59)을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부터 삼성중공업을 이끌어온 박대영 사장은 그동안 쉽지않은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1분기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발주량은 급감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빅3'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섰지만 이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추진하기 시작한 강력한 구조조정은 노동자협의회의 반발에 부딪쳤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추진했던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5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선소를 방문해 박 사장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방산 및 화학계열사를 매각한데 이어 중공업도 매각하고, 박 사장은 실적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격려를 받으며 삼성중공업을 계속해 이끌어왔다. 이후 작년 하반기 박대영 사장은 회사 실적을 흑자로 돌렸고,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흑자를 이어갔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5월 뜻하지 않은 재해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이 쓰러지며 발생한 사망 사고는 조선소 설립 이후 최악의 사고로 불리고 있다. 박대영 사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급히 귀국해 사고현장 수습에 나섰다.

지난 1977년 입사 후 올해로 40년째를 맞이한 박 사장은 조선업황 불황과 뜻하지 않은 중대사고 등 5년 가까이 삼성중공업을 이끌어가면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련을 감당해내야 했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박 사장은 올해 67억 달러(27척)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조선빅3 중 가장 먼저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지금까지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8척,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셔틀탱커 7척, LNG선 4척, FLNG(LNG-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1척,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 1척 등 총 27척, 67억달러 규모의 선박 및 해양설비를 수주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조선빅3 가운데 유일하게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했다. '코랄FLNG' 1기(25억 달러)는 세계 최대 '프렐류드FLNG'에 맞먹는 규모이며, FPU 1기(12억7000만 달러)는 한국 조선업계의 올해 첫 수주로 기록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이 올해 전체 수주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지만 그만큼 상선 수주량은 적어 조업 일정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기도 했다.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3분기까지 700억원 규모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약 5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내년 영업실적도 연간 2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이례적인 조기 공시를 내놓은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 및 비용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 한데 따른 요인 등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년 조업이 가능한 단납기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년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지키기 위한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 발주도 점차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7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할 수는 없어 일감부족에 따른 고정비 지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박대영 사장이 어려운 시기를 헤치고 재도약의 길을 닦아온 만큼 그의 뒤를 이은 남 사장이 내년 어떤 경영능력을 보여 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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