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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등인게 죄가 된 삼성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등록 : 2017-12-13 10:31

"삼성이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수익을 많이 올리고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최대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권력으로부터 가장 많은 요청을 받았고 후원금을 내게 됐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공방이 오가던 중 삼성 측 변호인단의 발언이다. '삼성 특검'이 아니라면서도 삼성만을 수사했고, 그에 대한 면피로 "삼성은 (다른 기업과)달랐다"고 주장하는 특검에게 일침을 날린 것이다.

특검은 지속적으로 삼성의 재단 출연은 다른 기업들과 달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증거로는 다른 대기업 임원의 진술 조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다른 기업과 나눈 문자를 제시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안 전 수석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현안을 준비했으니 삼성도 그랬을 것이라는 논리다. 특검이 증거로 들이민 이들 기업은 기소되지 않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타기업 임원의 진술 중 총수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은 '허위'라고 치부해버린다. 이렇다보니 특검 측이 입맛에 맞는 진술과 증거만을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삼성 특검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삼성 특검이 됐다. 시간과 인력이 모자랐다는 변명을 하면서도 "삼성이 고발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수사하겠다"며 도발했다.

삼성은 항변한다.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고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출연금을 요구받았을 뿐이라고.

앞서 1심 재판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사익추구 수단인 줄 알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시한 분담비율에 따라 수동적으로 출연한 점 등을 들어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204억원에 달하는 재단 출연금이 뇌물에서 빠지면서 뇌물 금액은 대폭 줄어들었다. 때문에 항소심 공판에서 특검의 전략은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인정받도록 하는 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1심에서처럼 항소심에서도 공소장을 변경하며 재단 출연금에 대해 단순뇌물죄를 추가했다. 부정한 청탁까지 입증해야하는 제3자 뇌물죄에 비해 혐의 입증이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단 출연금의 공익성을 폄하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의 의의를 들이밀기도 한다.

특검은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관계자들에게 사회공헌활동과 기업의 이윤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문화·스포츠사업을 하는 재단과 보험·건설사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그러나 특검이 말하는 '기업 이윤과의 관련성'이 반드시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과 연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는 활동이라면 그것 자체로 기업의 미래 이익이자 투자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사태의 피해자로 규정한 기업들만을 겨냥해 죄를 캐묻고 있다.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하는 특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에게 씌워진 혐의 가운데 '1등 삼성'이기 때문에 좀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버린 부분은 정말 없는지 한번쯤 돌이켜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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