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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式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손질…재벌그룹 지배구조 격변조짐

공정위, 타당성 확보 위해 순환 출자 가이드라인 수정검토
삼성그룹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가주식 처분 조치예고
대기업 집단 순환출자 해소 법집행 강화 가능성에 재계 긴장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12-15 11:06

▲ 공정위ⓒ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처분주식 축소 논란을 야기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메스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당초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양사를 지배했던 삼성그룹에 추가 주식 처분 명령 조치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양사간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금지외에도 기존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까지 해소하는 방안을 골자호 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보다 강화할 가능성 또한 제기되는 등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공정위 및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2월 24일 제정·발표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수정을 검토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 내용의 타당성과 법적 형식 등에 문제가 없는 지 외부 전문가 자문을 수렴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2015년 삼성 소속회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생성 또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 여부를 판단하는 동시에 향후 삼성 합병건과 같은 순환출자 변동에 대한 법집행 지침을 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순환출자는 3개 이상의 계열출자로 연결된 계열회사가 서로 계열출자회사 및 계열출자대상회사가 되는 출자형태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소속회사의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그룹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폐해를 막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다만 기존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인정되며, 신규로 생성된 순환출자 고리만 법위반 대상이다.

이번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공정위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처분주식 축소 결정과 관련이 있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24일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기존보다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의 500만주(2.6%)를 처분하라고 시정조치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공정위가 삼성 측의 청탁과 청와대의 외압에 못이겨 내린 결정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에 대해 수사를 했던 박영수 특검에 따르면 공정위는 원래 두 회사 간 합병으로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하게 된 통합 삼성물산 지분 각각 500만주(총 1000만주)를 처분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외압에 흔들린 공정위가 통합 삼성물산 처분 주식 수를 1안인 900만주와 2안인 500만주로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결국 2안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실제로 해당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았던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삼성 측으로부터 처분주식 축소 요청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논란을 불러온 공정위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여야 할 것 없이 올해 국감에서 쏟아지자 김상조 위원장은 가이드라인 변경을 한번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위원장이 외부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번에 가이드라인 재검토가 이뤄진 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공정위가 이번 가이드라인 재검토를 통해 처음 시정조치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처분주식(1000만주)으로 원상복구하기 위해 삼성에 추가로 500만주 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공정위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에 이어 두 번째로 시정조치를 내린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 처분주식(881만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재검토는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관련 조항의 해석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특정기업의 처분대상 주식 수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재검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개혁을 주창하며 재벌그룹의 경쟁력 집중 억제와 편법적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발표 통해 "지난 1년 간 재벌 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구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9월 1일 기준 순환출자 보유 대기업 집단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농협·대림·현대백화점·영풍·SM·현대산업개발 등 10개 집단(총 순환출자 고리수 245개)이다.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집단은 SM(148개), 롯데(67개), 삼성·영풍(7개),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4개) 등 순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1%보다 낮은 대기업집단은 SK(0.32%), 금호아시아나(0.33%), 현대중공업(0.89%), 하림(0.90%), 삼성(0.99%) 등이다. 이는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얼마 전 열린 2차 5대 그룹 간담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에 한계를 느낀 김 위원장이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을 통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확 뜯어 고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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