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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 권성문 vs '침묵' 이병철…미궁에 빠진 KTB투자증권

갈등설에 자사주 매수로 대주주 입지굳히는 권 회장의 반격…無반응 이 부회장
업계 "오너·전문경영인 간 경영철학 차이가 갈등 원인…조직이탈 등 심상찮아"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12-20 14:07

▲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의 갈등으로 KTB 임직원들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존 직원들과 새로 들어온 직원들 간의 신경전과 함께 심리적 갈등이 팽배해졌다는 내부 불만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증권사로 조직이 이탈하는 등 심상치 않는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EBN

경영 갈등설에 대한 반격으로 자사주를 매수하고 있는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이병철 부회장과 지분 차이를 벌리고 있다. 권 회장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측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경영 갈등설에 자사주 사들이는 권 회장의 반격…침묵하는 이 부회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8일(결제일 기준)부터 12일, 13일, 14일, 19일 총 5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것으로 권 회장의 지분율은 21.96%에서 25.80%까지 늘어났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16.39%)과 차이는 9.41%포인트로 벌어졌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수 기준 지분율도 권 회장이 23.50%로, 이 부회장(14.00%)과의 거리를 넓혔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권 회장이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설'을 잠재우면서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 안정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설과 긴급 이사회 소집 등으로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불화설'이 확산되고 있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권 회장의 지분율 확대는 이 부회장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7월 대표이사로 합류하면서부터 권 회장의 경영 사퇴설이 제기돼 왔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권 회장의 증권업 포기 가능성이 있다는 뒷얘기가 돌면서부터다.

급기야 지난 9월부터 두 사람 간의 분쟁설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 4일 꾸려진 긴급 이사회에서는 최고 경영결정권자 한 사람을 확실시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갈등 끝에 권 회장이 이 부회장과 그가 영입한 측근들을 해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중재안이 거론되지 않고 후순위 대출 등에 따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하락 우려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리스크관리 위원들이 이 부분에 대한 관리를 경영진에 요구한 데에는 최석종 대표이사가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IB사업부문 후순위 대출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출하기 위함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의 분쟁설 조정을 위한 긴급 이사회는 앞서 10월에도 추진됐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회 측은 금감원 검사를 받은 회사 상황과 입장 정리 등을 공유하기 위해 이사회 실시를 요청했으나 이 부회장의 불참으로 논의가 무산됐다.

여러가지 이유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의 갈등은 내년 3월 주총까지 지분 대결 양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경영철학 차이가 갈등 원인"

업계 전문가들은 오너와 전문경영이 갖고 있는 경영에 대한 입장과 철학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보고 있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이 서로 생각하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협력체제'가 극명하게 달랐다는 시각이다.

권 회장은 1990년대 벤처 투자로 대성한 경영자로 2008년 증권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벤처 신화’라는 수식어와 달리 규제산업인 증권업 성적은 초라했다.

경영자 1인의 절대능력보다 충분한 네트워킹과 전문성에 기반한 분업적 경영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권 회장은 ‘부동산 투자 귀재’로 불린 이 부회장과의 협업으로 대체투자 전문 증권사로의 도약을 꿈꿨다. 검증된 사람에 경영을 맡김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 새 시장을 열겠다는 포석이다.

부동산 신탁업으로 금융권과 인연을 맺은 이 부회장은 공동 경영보다, 일임 받은 권한으로 경영을 지휘해온 인물이다. 권 회장에 동의한 이 부회장은 '총 발행주식수 20%를 소유하고 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물러난다’의 뜻을 두 사람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 부회장에 인사권 등 주요 권한을 넘긴 권 회장 측은 “전문경영인인 이 부회장에 경영을 맡기긴 했지만 아예 회사에서 손 뗀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언급한다. 이 부회장 측은 “권 회장이 경영에서 손 뗀다는 전제 하에 KTB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뗄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서 관계의 골이 깊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권 회장을 음해할 목적으로 직원 폭행 폭로를 비롯해 금감원 검사가 이어졌다는 게 권 회장 측 주장이다. 이 부회장측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두 사람 간의 동상이몽이 갈등을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오너(창업자)와 전문경영인은 동반자적 관계를 지향한다. 사업 과정에서 창업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전문경영인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너의 결정에 경영 리스크가 없도록 보완하는 구조를 가진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회사 소유주는 아니지만 전문 지식과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표이사직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경영인으로서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투철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면서 "경영 판단을 할 때 주주·투자자와의 관계, 임직원과의 관계, 소비자·고객과의 관계 등 다각적 안목이 필요한데 안목의 중심축은 경영 윤리의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KTB투자증권이 잦은 수장 교체로 ‘전문경영인(CEO)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는 점이다. KTB투증을 포함한 KTB네트워크는 토종 투자회사의 본산(本山)임에도 매년 수익성에 일희일비해 왔고 오너와 대표이사와의 갈등, 문화적 충돌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경영진들의 교체가 이어진 곳이다.

KTB투증만 해도 많은 CEO들이 거쳐갔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5번의 대표이사 교체가 있었다.

이 부회장의 요청으로 박의헌 대표에서 최석종 대표로 전환됐으며 앞서 △김혁·권성문 각자대표(2014년 10월~2015년3월) △강찬수 대표이사(2013년9월~2014년 10월) △주원(2009년3월~2013년9월) △호버트 엡스타인(2008년3월~2009년4월) 대표이사 체제였다. KTB측은 김혁 대표와 강찬수 대표는 본인 의사에 따라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KTB증권 대표이사직은 ‘단명(短命)자리’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평균 재임기간이 1년6개월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협력 성공 사례를 메리츠금융그룹이라고 꼽는다. 능력을 보고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믿고 맡기는 조정호 메리츠종합금융지주 회장과 실용주의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간의 궁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는 주주의 입장과 임직원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한 최 대표의 경영 리더십이 조직문화의 틀을 세우고 내실을 채웠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2010년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8년째 수장을 맡으면서 회사 수익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와 연계한 임직원 성과급도 향상됐다. 수익성만 보면 3분기 업계 3위(순익 898억원)를 차지했다. 2분기 실적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981억원)에 달했다.

한편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의 갈등으로 KTB 임직원들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존 직원들과 새로 들어온 직원들 간의 신경전과 함께 심리적 갈등이 팽배해졌다는 내부 불만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증권사로 조직이 이탈하는 등 심상치 않는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