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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해법은?-중] 20년전 제정된 파견법, 고용 갈등만 키웠다

파견대상업종 38종, 4차산업혁명시대와 맞지 않아
"무조건 법대로" 경직된 정책도 문제, "제재 전에 협의부터 해야"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7-12-21 15:10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고용부와 파리바게뜨 본사 간의 법적 공방에 이어 사태의 당사자인 제빵기사 간에도 오로지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쪽과 차선책 3자합작사 고용도 수용해야 하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가맹점 측은 하루빨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법적 잣대만으로 따지면 금방 끝날 일이지만, 실상은 수십년에 걸친 프랜차이즈업계의 관행과 현실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은 부실한 관련법 등이 얽혀 있는 것이다. 특히 직접고용 문제가 파리바게뜨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에 도미노처럼 적용될 경우 자칫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다방면에 걸쳐 사태 장기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 파리바게뜨 매장.ⓒSPC

지난 20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과태료 부과를 통보했다. 무려 162억7000만원이다. 고용부가 금액을 재추산하고 있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5309명의 제빵기사 중 파리바게뜨 본사에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이를 제외한 나머지 1627명에 대해 1인당 1000만원씩 책정된 것이다.

파리바게뜨로서는 실제 이 금액을 모두 납부한다면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2016년 개별기준 영업이익 665억원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파리크라상의 현 직원수보다 더 많은 5309명을 직접고용한다면 앞으로 고정비로 생길 인건비 때문에 향후 이익은 더욱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두고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정책 집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용부는 이러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대답이 있다. "법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 바로 파견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흔히 파견법이라 불리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1998년 IMF 규제 아래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제정됐다. 올해로 꼬박 20년이 됐다.

하지만 20년 전과 현재의 고용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특히 4차산업혁명으로 다양한 전문직종이 늘어나고 스타트업이 확대되면서 갈수록 더욱 유연한 고용이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시대는 바뀌었는데, 파견법은 아직도 20년전 것이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파리바게뜨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파견법이 고용 갈등의 주범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파견법의 핵심은 대통령이 지정한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근로자 파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견법 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1항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파견대상업무는 음식조리종사자 등 32개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상업종은 2007년에 만들어졌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시대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업종과 직업이 생겨난다. 정밀부품부터 인간장기까지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업종은 불과 5년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대에서 근로자 파견 대상업종을 포지티브(지정방식) 식으로 정한다는 것은 시대상황에 전혀 맞지 않다는게 많은 고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견대상업종 지정을 네거티브(규제방식)식으로 전환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 글로벌 경제 흐름에도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물론 파견근로자 수가 늘어나면 고용의 질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는 법률 보완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현실과 괴리되는 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정부의 경직된 정책 집행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용부는 9월21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 5309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기한은 11월9일까지였다.

불과 49일만에 5300여명을 직접고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대표이사 등 담당자의 형사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이후 과태료가 163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고용부는 여전히 "법대로" 이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경직되고 위압적인 정책 집행은 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특히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제2의 파리바게뜨로 누가 지목될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내온 관행도 있는데 20년전 제정된 파견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 집행"이라고 지적하며 "잘못이 있다면 바꿔야겠지만, 무조건 제재부터 내리기 보다는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통해 고쳐나가는 정부의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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