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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지배구조 변화 증명"…재벌개혁 속도 내는 김상조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 등 재벌개혁안 잇달아 쏟아져
재계에선 공정위 재벌개혁 속도전에 불만의 목소리 나와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12-22 11:05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재벌그룹의 지배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이같은 당찬 포부 발언이 나온 이후 소수 재벌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위의 재벌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축소를 가져올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변경안 마련을 비롯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실태조사 실시, 대기업집단에서 계열 분리된 친족회사가 모(母)집단로부터 부당 지원행위를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친족분리를 취소하는 방안 추진 등 김 위원장의 과업 달성을 위한 재벌개혁안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년 12월 제정·발표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이하 기존 가이드라인)' 변경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변경안에는 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문제가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가 아니라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담겼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기존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양사간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문제가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라고 판단하고 삼성그룹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합병) 전체 지분(4.7%) 가운데 500만주(2.6%)를 처분하라고 조치 한 바 있다.

이같은 판단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삼성과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으로 내려진 판단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 기존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없는 지 점검·토의해 순환출자 형성이란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SDI가 보유한 나머지 삼성물산(합병) 지분 404만2758주(2.1%)를 처분해야 신규 순환출자 형성을 해소할 수 있다.

만약 남은 삼성물산(합병) 지분이 해소되면 삼성그룹의 순횐출자 고리는 기존 7개에서 4개로 축소된다. 구체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합병) ▲삼성물산(합병)→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합병) ▲삼성물산(합병)→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합병) 고리다.

결과적으로 이번 변경안은 재벌그룹의 경쟁력 집중 확대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장악하는 폐해를 낳은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시키는 셈이다.

지난 9월 1일 기준 순환출자 보유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농협·대림·현대백화점·영풍·SM·현대산업개발 등 10개 집단이며 총 순환출자 고리수는 245개다.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집단은 SM(148개), 롯데(67개), 삼성·영풍(7개),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4개) 등 순이다.

이중 롯데의 경우 지난 10월 지주사체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 마련한 변경안이 해당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지침서가 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20일에는 57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인법인에 대한 운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관련자인 비영리법인의 일종으로서 그동안 재벌 기업집단이 세금부담 없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일 5대 그룹 전문경영인(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공익법인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과연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대로 실시되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공익법인을 이용한 대기업집단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복안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같은날 친족분리된 기업이 종전 대기업집단(모집단)로부터 부당 지원행위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계열분리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참고로 계열분리제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를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1997년 도입됐다.

그러나 그간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운영과정에서 계열분리 제도가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 경직성이 나타나는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이중 친족분리제도의 경우 '친족 측 회사와 동일인 측 회사 간 상호 거래의존도가 50% 미만'인 분리 요건이 1999년에 폐지되면서 친족분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즉 대기업집단에서 계열 분리된 친족회사는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대상(총수일가 보유 지분율 계열 상장사·비상장사 각각 30%·20% 이상)에서 제외돼 규제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2월 4대 기업집단으로부터 분리된 48개 회사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친족분리 후 한 해라도 종전집단과의 거래의존도가 50%이상인 회사는 23개(47.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안은 친족분리된 회사가 계열제외일 전후 각 3년간의 거래에 대해 모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또는 사익편취행위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조치를 받는 경우 계열제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친족분리를 취소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규제회피 목적의 친족분리 신청이 사전에 차단될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재벌개혁 구상안들이다.

눈에 띄는 점은 취임 초기에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갑질 근절'에 집중하겠다던 김 위원장이 앞서 보듯이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셀프개혁을 요구받았던 재벌그룹들이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에 한계를 느낀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9일 뒤인 지난 6월 23일 4대 그룹과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자발적인 경제력 집중 개선을 주문했다.

이후 4개여월이 흐른 뒤 열린 5대 그룹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며 해당 그룹 CEO들에게 뼈 있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재벌개혁 속도전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1차 그룹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충실히 대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취임 한지 6개월 밖에 안됐는데 그가 말한 인내심의 기간이 너무나도 짧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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