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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끄는 대우건설 매각…"어쩌다 이 지경까지"

비전과 철학 빠진 대주주의 애매한 매각원칙
쉽게 깨진 비밀확약, 어설픈 매각절차도 원인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7-12-28 06:00

▲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종로 사옥에 설치한 산업은행 경영간섭 중단 현수막.ⓒ대우건설 노동조합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대우건설의 새주인 결정이 결국 오는 2018년으로 미뤄졌다.

회사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애매한 매각원칙과 매끄럽지 못한 절차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주관사인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1월 중순께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매각이 미뤄진 데다 그나마도 매각 원점 검토설 등 루머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대우건설 매각이 순탄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뚜렷한 비전과 철학이 없는 최대주주의 맹목적 매각원칙으로 꼽는다.

당초 산은은 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등 비금융자회사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관련사 지분을 오래 보유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관치 및 혈세낭비 논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원칙에서 철저한 시장조사에 의거한 매각 전후 시나리오 설정 및 시기조절 등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인수후보자(숏리스트)들과의 가격 조절 난항 및 대우건설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단적인 예다.

우선 산은의 경우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친 지분 획득으로 총 3조1785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됐다. 당시 주가는 주당 1만8000원대였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6000대를 밑돌고 있다. 이래서는 대우건설이 원하는 최소한의 가격 2조원은커녕 1조원 초반대도 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정책을 지속하는 데다 최근에는 금리까지 인상되는 등 내년 경영환경도 그리 좋지 않다. 대우건설의 주력인 주택사업은 내년 위축되거나 잘해야 본전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숏리스트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장상황을 반영해 1조원 초반대의 가격을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주주 측은 조기매각 혹은 제값받기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와 갈등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건설 노조도 원칙적으로 회사 매각에는 찬성하나 새주인에 대한 조건과 원칙 없이 무작정 매각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는 대주주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태다.

이에 언론을 비롯해 업계에서는 가격 관련 이견차로 현재 매각건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산은 측은 "대우건설 매각절차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강경돌파를 시사했다.

어설픈 매각절차도 순조로운 회사 매각을 방해하는 주요요인이다.

애초 M&A 절차와 진행 상황은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야 하는 비밀확약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는 숏리스트 명단이 공공연하게 언론에 공개됐고, 급기야 인수후보 실사 과정에서 새로운 숏리스트가 추가되는 초유의 일도 발생했다.

앞서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숏리스트들과 원칙에 벗어난 비밀확약서 교환을 했다는 이유로 박삼구 회장 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이 상황에 신속하게 팔되 제값까지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산은이 현재처럼 뚜렷한 원칙이 없고 사후 책임을 미루려는 듯한 모습을 유지하면 과거 실패한 금호타이어나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내지 매각 사례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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