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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여의株] “심증 100%, 물증 찾습니다”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8-01-03 11:24

▲ 신주식 경제부 증권팀장.
“이사회 소집을 당일 오전에 통보해서 일사천리로 신임 상무 선임을 의결한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정치권의 외압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오봉록 한국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신임 상무로 선임된 이모씨의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예탁결제원은 이사회를 열고 이재호 전 KDB산업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을 신임 상무겸 투자지원본부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조는 물론 거의 모든 예탁결제원 임직원들이 당일까지 이사회 개최나 신임 임원 선임과 관련해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주장이다.

지난해까지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노사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병래 사장 이전까지 예탁결제원을 이끌었던 유재훈 전 사장은 노조의 반발로 지난 2016년 11월 2일로 예정됐던 이임식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유 사장은 본인 이미지 세탁과 치적을 위해 예탁결제원의 인적·물적자원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며 “사장의 외부강연, 책자집필,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조직의 자원이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김석재 전 국제펀드본부장의 전횡으로 노조가 반발했다. 노조는 임기 만료 후에도 본부장직을 유지하던 김 전 본부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고 계속 출근하며 월급을 받아가고 있는 김 전 본부장의 행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병래 사장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례를 볼 때 최근의 상무 선임은 이 사장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힐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생각이다.

오 위원장은 “은행업에 종사하던 인사가 예탁결제원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채용된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반발을 예상하면서까지 인사를 강행한 이상 이병래 사장과 이 신임 상무는 버티기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올해 노조에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이 있지만 이번 낙하산 인사가 취소될 때까지 노조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강력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조는 물증만 없을 뿐 모든 정황을 볼 때 이번 예탁결제원의 임원 인사는 정치권의 외압에 의해 이병래 사장이 강행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해 첫 출근날 시무식 대신 무기한 투쟁을 선언한 노조는 낙하산 인사 철회를 관철하기 위한 물증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어디에서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다. 심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측과 공정한 인사라며 물증도 없이 의혹만 일삼지 말라는 측의 지루한 신경전은 인사철인 연말연시에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정치적 이슈에 시달렸던 2017년을 보내고 무술년이 밝았다. 새해에는 정치권 논란 없이 모든 기관과 기업이 상식적이고 투명한 인사로 사업구상에 매진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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