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후견인 통해 면회
지난달 부친 입주 동행 후 만남 없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들리지 않는 '망부가(亡父歌)'가 이어지고 있다.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40년 소공동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거처인 롯데월드타워로 입주하면서 종전처럼 자유로운 아버지와의 만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16일 법원 결정에 따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49층(시그니엘 레지던스)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새 거처 겸 집무실 입주에 동행했다.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의 거주지였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의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면서 서울가정법원은 총괄회장의 거주지 후보군(△롯데호텔 본관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 전 부회장 측이 마련한 한남동 주택)을 직접 돌아본 뒤, 지난해 10월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새 거주지로 결정했다.
그동안 총괄회장의 신변 보호를 직접 맡았던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이같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항고에 나섰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 측이 고용했던 경호인력들도 한정후견인이 선정한 인력으로 모두 교체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와의 만남이 과거보다는 다소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이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거주했을 당시는 신 전 부회장이 직접 고용한 경호 및 간호 인력들이 상주하는 등 출입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총괄회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49층으로 입주하면서 이같은 출입이 힘들게 됐다.
롯데월드타워 49층은 42~71층에 걸쳐 마련된 고급 레지던스 층으로, 컨시어지에서 사전에 방문 약속 여부가 확인돼야 출입이 가능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총괄회장을 케어하는 건 한정후견인이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든, 신동주 전 부회장이든 가족분들이 면회를 원한다면 한정후견인을 통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인데다 신 회장의 상징적인 타워가 된 적진에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총괄회장의 롯데월드타워 입주 이후 부친을 만난 적이 없다. 현재 그는 일본 도쿄에 머물며 당분간 귀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31일에 총괄회장을 직접 차에 태워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었다. 또 같은해 12월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선고공판이 있던 날도 재판이 끝난 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는 등 그동안 총괄회장 케어는 신 전 부회장이 도맡아왔었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달 총괄회장이 롯데월드타워로 입주한 이후 신 회장이 부친과의 면회를 자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에겐 롯데월드타워가 심정적으로 불편한 곳"이라며 "예전처럼 제3자 없이 보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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