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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증권가의 미투(Me too) 운동...어느 드라마에 대한 기억

증권가에서도 성폭력 폭로 이어져…직장 내 성폭력은 단순한 성폭력 아냐
드라마 '욱씨남정기'는 사이다 결말…'미투' 연대로 사회 인식·문화 바뀌길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등록 : 2018-03-04 00:00

▲ 이경은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성폭력 사건 폭로)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증권가도 예외는 아닌데요, 최근 한 대기업 계열 S증권사 사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8년 전 자신이 지점 회식자리에서 모 지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지난 달에는 D증권사 현직 지점장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말리던 남자직원도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증권사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지점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고 그 지점장은 자진 퇴사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은 단순한 성폭력에 그치지 않습니다. 높은 서열과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피해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고 유린하는 동시에 피해자는 인사 불이익 등을 걱정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도 못 하는 등 권력의 상하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인사고과를 매기는 상사와 부하직원, 수주를 주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등 갑과 을의 관계에서 권력과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갑이 을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2016년 종영한 드라마 '욱씨남정기'는 이러한 현실을 뼈아프게 묘사했습니다. 극중에서 계약직인 장미리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팀장이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 갔습니다. 신 팀장이라고 불리는 이 상사는 인사고과를 핑계로 장미리에게 강제로 스킨십을 시도했습니다.

장미리는 울면서 그 자리를 뛰쳐나왔고 그것을 목격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장미리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그 동료에게 증언을 부탁하지만 동료는 "이거 공론화 시키는 순간 우리 정규직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거절합니다. 급기야 신 팀장은 피해자 장미리를 '꽃뱀'으로 몰며 2차 피해를 입힙니다.

고구마 1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한 상황에서 주인공 옥다정이 나섭니다. 사람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결방법을 고민합니다. 마침내 회사 사람들은 다 같이 힘을 합쳐 신 팀장을 응징하기로 하고 증거를 제시해 신 팀장을 무릎 꿇리는 데 성공합니다.

옥다정은 신 팀장에게 "무릎 꿇고 똑바로,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란 말이야"라고 외쳤고 신 팀장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했습니다.

현실에서도 이 드라마 같이 사이다 결말이 나려면 드라마에서처럼 동료들이 연대하는 것이 강력한 해결방법이 될 것입니다. 권력의 상하구조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성폭력을 눈감지 않고 누구나 그러한 구조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같이 맞선다면 직장 내 다른 부조리한 일들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투로 촉발된 사회적 각성과 연대의 목소리가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져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는 직장과 학교가 좀 더 합리적이고 타인의 인권과 존엄을 존중하는 곳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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