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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한 권력 금감원 vs 의혹의 진원지 하나금융

민간출신 금융수장 인사실험 파국…文정부 최초 경질
정권의 높은 기대치 부응하다 과거 행태에 걸린 수장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3-13 12:48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EBN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채용비리로 사임한 첫 사례다.

금감원 최초 민간 출신 수장이기도 한 그는 금융 감독기구의 혁신을 지휘했으나 시장과의 정면충돌 끝에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의 과거 민간 시절 행태가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또 미비했던 금감원의 초동대응력과 은행검사 부문의 전략부재를 질타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이같은 사태의 진원지가 하나금융이라고 보고 있는 만큼 향후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와 제재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가상화폐 사태 때부터 불거진 갈등에 이어 정부와 민간의 유례없는 대립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정권 기대에 부응하려다 본인의 과거 행태에 발목 잡혔다?

지난해 9월11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은 12일 사의 표명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이 됐다. 취임 후 채용비리 근절을 외치며 앞장섰던 그가 결국 과거 민간 금융사 재직 시절 채용비리 의혹으로 낙마하게 됐다.

우선 최 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첫 민간 출신 금융감독 수장으로 발탁되면서 정부가 그리는 금융산업 혁신의 '빅픽처'를 실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최 원장은 취임 후 채용비리 의혹, 방만경영 등으로 쇄신의 타깃이 된 금감원 개혁 작업을 서둘러 마쳤다.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아래 금융권의 관행을 개선하려 했고 적폐청산 일환으로 채용비리를 문제 삼았다. 또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그룹들과 충돌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최 원장의 낙마를 두고 정부에 대한 지나친 공명심이 우월의식으로 변질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은 가상화폐 사태 때부터 일방통행 '마이웨이’식 강도 높은 발언으로 설화에 올랐다"면서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이끌다 본인이 처놓은 덫에 걸려서 낙마한 경우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초동 대응력이 부족한 가운데 솔직하지 못한 자세가 화를 불렀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9일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 관행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었어야 했다"면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져온 불공정한 채용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최 원장은 간과했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원장이 일방적으로 대응안을 수립하는 바람에 금감원 실무자들이 전략을 세울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여성들의 성폭력 등을 신고하는 ‘미투(Me Too)’ 운동으로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채용비리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도 최 원장이 직을 유지하면 청와대가 채용비리를 감싸고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 사회 리더급 인사들은 채용비리라는 주제에선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단 최 원장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물러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 "금감원 공격은 어불성설“...금융권 ”적합한 새 인물 기대“

최 원장 사퇴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눈길은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에 집중돼 있다. 최 원장이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 진원지가 하나금융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부터 최 원장은 특히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하나금융지주와 정면충돌했으며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검찰에 넘기면서 KEB하나은행을 포함시키자, 하나금융이 질 세라 최 원장도 과거에 이런 일에 연루됐다며 역공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에 반기를 들면 금융사만 손해 보는 만큼 우리가 공격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은 13일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된 특별검사단을 꾸렸다. 최 원장이 연루된 의혹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채용과 관련된 비위행위를 발견하면 자료 일체를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최 원장의 사의가 이르면 오늘 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금감원장은 다시 관료 출신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원장의 빈자리를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대행하고 있지만, 위축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빠른 리더십이 보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금융당국 인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청와대에서 낙점하는 금융수장으로 새로운 인물을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청와대는 정부가 그리는 '금융산업 빅픽처'를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로 새로운 장수를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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