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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금감원의 검술(劍術)

  • 송고 2018.03.25 10:09 | 수정 2018.03.26 09:1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경제부 김남희 기자ⓒEBN

경제부 김남희 기자ⓒEBN

23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됐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여의도권의 중론입니다.

하나금융은 현재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를 동시에 받는 중입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여러 가지 의혹을 이유로 회장 선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정대로 연임을 강행했지요.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은 감독기구인 금감원 권위에 맞섰습니다. 그리고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김정태 회장의 집권 3기에 '원죄'로 작용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입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격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관계자들은 최 전 원장의 낙마 과정을 뜨겁게 복기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채용비리 근절을 내세운 최 전 원장이 도리어 하나금융에서 던진 ‘채용비리 프레임’에 갇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금감원의 '둔감해진 검술'를 자탄하기도 했습니다. 비리 행위가 의심되는 금융사의 수장을 단칼에 정리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한 관계자는 "검사반이 칼이라도 제대로 쓸 줄 알았다면 매듭을 단칼에 끊었을 텐데, 어설프게 휘두른 칼날에 이른바 시장의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려 퍼졌고, 사방으로 튀긴 피를 정리하느라 품이 더 들게 생겼다"고 한탄했습니다. 급소를 정확히 찾아 제압했어야 했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칼만 30년 휘둘렀던 검사반장 S선배는 피감기관으로부터 도리어 존경과 지지를 받을 정도로 검사 능력이 그 누구보다 탁월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S선배는 감각적으로 칼만 잘 휘두른 것이 아니라, 피감기관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피감자의 자백과 협조를 끌어내는 등 최후 급소 파악 능력과 소통 능력이 하늘을 찔렀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

금감원의 둔감해진 검술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구조적인 원인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어느 수장이 지휘했던 ‘시장친화적 검사’ 관행이 조직에 스며들면서 금감원의 야성과 도전정신이 훼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금융사에 건전성 검사를 나가 문제점을 찾아 지적하는 것조차 금기시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피감기관인 금융사들에겐 평탄한 시절이었겠지요. 검사라고 해봤자 뼈아픈 지적도, 급소를 찌르는 칼도 없으니 긴장감이 예전 같지 않았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고백했습니다.

검사·감독기관의 검술력은 조직의 본질적 업무와 정체성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검투사는 전쟁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때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적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싸움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상대방 칼날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당근과 채찍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각개격파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어야 하죠. 적의 급소를 건드리지 못하는 검투사는 제풀에 지쳐 떨어지거나 상대방 공격에 가격 당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최후 급소가 노출되면서 구속된 경우입니다.

사퇴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사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인사 검증과 공직이 주는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금융 산업에 대한 소신과 조직 장악력을 비롯해 혁신을 향한 추진력이 필수 요건이라고 합니다.

기자의 생각을 보태자면 ‘순한 워치독(watchdog)’으로 길들여진 조직에 새로운 야성을 불어넣을 수장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본질적으로 워치독입니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경고음을 내는 게 주임무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싸울 수밖에 없는 때에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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