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견조…제품 시황 호조로 기대감 'UP'
주요 화학사 1분기 호실적 전망…WPC, 석유화학 시황 강세 전망 지배적
정유·화학업계가 주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성장과 대내외 여건 개선에 힘입어 당분간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등·경유 수요에 따른 정제마진 선방과 화학제품 시황 호조로, 화학업계는 글로벌 NCC(나프타 크래커) 증설의 지연과 빠듯한 수급 상황속에서 안정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웃는' 정유업계, 정제마진·비정유…'든든 서포트'
2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는 견조한 정제마진과 석유화학제품의 시황 호조 등 긍정적 시그널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정유사업 수익에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지난 1월 말 급등한 이후 현재까지 7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벤젠·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가격·운송비 등을 뺀 금액이다. 통상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마진은 연초 7달러 선을 밑돌았으나 지난달부터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누적 정제마진은 배럴당 7.4달러를 회복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용 등·경유 수요가 늘면서 마진 수준을 끌어올린 점이 주효했다. 휘발유 마진은 본격적인 성수기인 3월 이후 뚜렷한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1월 말 급등 이후 줄어들다가 최근엔 7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당분간 타이트한 공급으로 인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당분간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대표적 비(非)정유부문으로 꼽히는 벤젠과 파라자일렌(PX)도 호조세를 띄고 있어 업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벤젠은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화학제품인 스타이렌모노머(SM)의 원료로 쓰인다. 연초 경기 회복을 타고 제품 체인이 강세기조를 보이다 소폭 하락했으나, 손익분기점(BEP) 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벤젠 가격(3월 29일 기준)은 톤당 826달러를 기록,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다 소폭 내려간 상태다.
PX 역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PX 가격은 2월 들어 톤당 950달러를 상회하며 마진 폭을 키워가다 3월 이후 주춤했다.
그러나 벤젠과 PX 수요가 상반기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석유화학사업 비중이 크고 방향족공장(BTX 생산 설비)을 갖춘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1분기 성적표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화학업계, 1분기 호실적 전망…2022년까지 슈퍼사이클 오나
화학업계도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호황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 및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화학사의 1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시장 추정치)에 부합할 전망이다.
KB증권의 백영찬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 OCI, SKC 등 8개의 화학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0조6348억원, 2조3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1분기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에 따른 신규 PE·PP 수요 증가와 세계 경기호전 및 춘절연휴로 인한 수요 확대, 중국 MTO 설비 가동률 하락에 의한 PE·PP 공급 감소 등으로 1분기 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춘절 이후 수요가 추가 회복돼 화학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지난달 화학제품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제품가 하락에 따른 2분기 실적 악화 우려도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등 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의 박연주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PE 스프레드는 에탄크래커(ECC)의 가동 지연과 중국 폐PE 수입 금지 등으로 올해 공급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 PE 제품군도 2020년까지 증설이 없어 화학제품 스프레드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석유화학 컨퍼런스인 세계석유화학포럼(WPC 2018)에서도 석유화학 시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WPC에서는 석유화학의 슈퍼호황이 2020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요인으로 △안정적인 원료가격 △수요 증가 △제한적인 신증설 △M&A 증가 등을 꼽았다.
미국의 셰일오일·가스 생산 증가로 원유·천연가스 등 화학제품 원료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경기 확장 사이클과 맞물려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는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한다는 분석이다. 또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수요 증가는 과거대비 크게 증가하는 반면, 신증설은 과거 수준을 유지하면서 타이트한 수급 밸런스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에서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도 최소 2022년 이후 완공하게 되기 때문에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우려는 적다고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증가하고 있는 M&A도 신증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기준 화학산업의 M&A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기존 유럽과 아시아의 납사분해시설(NCC)들은 신증설보다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해 원가절감과 외형성장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백 연구원은 "WPC에서는 화학산업의 M&A 증가가 NCC 신증설의 감소를 의미하고 있다는 분석"이라며 "2022년까지 구조적인 공급제한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나 환율 등의 변수가 있지만 중국 환경 규제 등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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