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14억9000만원의 자산을 신고했다. 이 중 예금 재산이 5억810만원으로, 상호저축은행중앙회 4800만원, SBI저축은행 4800만원 등 저축은행 비중이 높았다.
금융위원장도 저축은행에 목돈을 맡긴다는 점에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새삼 '인증'되는 모양새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내세우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79곳과 저축은행중앙회에 5000만원 넘게 예금한 사람은 6만348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저축은행에 맡긴 총 8조5881억원 중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은 5조41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5000만원 이하로만 저축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권장되는 '상식'을 깨는 추이다. 저금리 시대의 한 단면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전 저축은행 파산 시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이 5조4000억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극단적 상황을 상정한 가정이지만, 이들 돈이 보호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저축은행에 맡겨진 5조원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주체는 당연히 저축은행이다.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저축은행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5000만원 이상도 맡길 만 하다'는 인식과 '5000만원 이하가 안전하다'는 통념의 공존이 인위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저축은행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는 건전성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1%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터진 지난 2011년과 비교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1%포인트의 개선을 이뤘다.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4.54%로 1년 전보다 1.28%포인트 좋아졌다.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지속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타 금융권보다는 크게 높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6%로 저축은행과 약 8배의 차이를 보인다. 연체율 역시 시중은행(0.34%)을 비롯해 카드사(1.05%), 상호금융권(1.18%)에 비하면 큰 차이다.
물론 금융업계 각 업권의 특성과 영업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어 일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현 수준에서 안주해도 된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자산 1조원을 넘긴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21곳으로 전년(15곳)보다 6곳이나 늘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창구로, 금융권에서 뺄 수 없는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커진 덩치, 높아진 기대만큼 건전성 개선을 위해 더욱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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