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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재건, 선사간 '통합'에서 해법 찾나

정부, 선사 협력강화로 경영안정 중점 추진
근해선사 합치면 세계 2위 점유율 "인센티브 강화해야"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8-04-23 15:38

▲ ⓒ현대상선
이달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국적선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사간 통합 카드를 꺼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항로 구조조정을 넘어 보다 높은 차원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23일 해운업계 및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상선 아시아역내, SM상선 아시아역내,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천경해운, 동진상선 등 8개 선사를 단순 합치면 아시아역내 점유율을 13.5%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역내 점유율 1위인 중국 코스코(COSCO) 16.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김종훈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약화된 현재의 경쟁력으로는 다가올 경쟁환경을 감당하기 어렵다. 통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비용구조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며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와 겨뤄볼 수 있는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3대 추진방향에 '선사간 협력강화 등 지속적 해운혁신을 통한 경영안정'을 포함시켰다. 주목할 점은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선사간 협력 확대 방안이다.

KSP는 지난해 8월 14개 국적 컨테이너선사의 참여로 출범해 3개의 아시아역내 항로를 조정했다. 또 지난 3일에는 근해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상선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한다.

이번 통합 구상에 핵심적 역할을 한 해양수산부는 향후에도 추가지원을 통해 다른 선사들의 통합법인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현수 해수부 해운정책과장은 "출혈적 경쟁을 막고 선사 간 M&A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은 지난 1일 일본 3사 통합법인 ONE의 사업개시와 오는 6월 마무리될 코스코의 홍콩 선사 OOCL 인수에 따라 7개 대형선사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과거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선대 규모다. 상위 7대 선사는 최소 10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평균 230만TEU의 선대를 확보했다. 2016년 3월 기준 16개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평균 선대 규모가 97만TEU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원양선사의 선대 규모는 101만TEU에서 지난달 40만TEU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상선의 경우 얼라이언스 참여선사 중 가장 작은 대만 양밍(Yang Ming)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근해선사인 PIL(42만TEU), 완하이(25만TEU) 등과 비교대상이 될 정도다. 국내 선사간 통합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는 이유다.

▲ ⓒ한국기업평가
업계에서는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통합을 근해선사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근해항로는 다수의 중소선사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글로벌 선사들이 아시아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대형선박들이 들어오면서 수급불균형도 확대됐다.

운임 경쟁이 심해지면서 근해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4%에서 2016년 1.9%로 떨어졌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도 운임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흥아해운은 지난해 연결기준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근해노선에서 국적선사 8개가 합쳐지면 노선조정 과정에서 규모가 일부 축소될 수 있다. 또 단순히 규모의 확대가 경쟁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나머지 선사 간 통합은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고려해운, 장금산선, 흥아해운을 제외하면 선사 규모가 작아 통합을 해도 큰 시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산업연구실장은 "나머지 근해선사들은 배 한척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며 "어떤 형태로든 KSP 보다 강한 협력의 틀을 모색하겠지만 M&A로의 연결까지는 이르다"고 말했다.

통합에 따른 희생을 만회해줄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상선 거절로 중단된 SM상선 간의 협력 문제도 같은 이유다. 근해 중견선사 중 특정노선에서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고려해운(한일노선)이나 장금상선(한중노선) 등의 이해관계 역시 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지분참여, 금리 인하 등 자금투입을 통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강민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사업규모가 축소되는 참여선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방안이 필요하다"며 "단기자금 지원의 형태보다는 자본성을 띄는 장기자금의 투입이 통합법인의 신인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통합은 선사 간의 자체적인 협의를 통해 진행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사 간 통합을 진행할 순 없다"며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