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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휴먼에러②] "실수로 0을 써넣는 바람에" 462억원 손실 후 파산한 한맥증권

  • 송고 2018.05.29 16:13 | 수정 2018.05.29 16:1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천문학적 금액 오가는 증시에서 작은 실수만으로도 증권사 파산 발생

"금융산업은 어느 분야보다 더 휴먼에러에 민감하다는 점 인지해야"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증시에서 작은 실수만으로도 증권사가 파산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3년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건ⓒ연합뉴스, EBN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증시에서 작은 실수만으로도 증권사가 파산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3년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건ⓒ연합뉴스, EBN


한국이 IT강국이라지만 증권가 첨단 시스템은 휴먼에러(Human Error)를 여전히 막지 못한다. 고도로 훈련된 금융사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수백억대 주식을 매도해버리고, 잊을만하면 터지는 파생상품 주문 실수는 증권사를 파산 상태로 내몰았다. 입력 오류가 화근이 된 이들 사고는 금융권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이성과 비이성이 뒤얽힌 인간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간’이 만드는 휴먼 에러를 줄이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오류사고는 전산 시스템에 '주당 1000원'을 '주당 1000주'로 잘못 입력한 데서 비롯됐다. 작은 실수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경우다. 자본시장에서는 거래 담당자들이 주문을 입력하면서 저지르는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이를 '팻핑거(fat finger) 오류'라고 부른다.

자판보다 굵은(fat)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다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휴먼 에러로 꼽힌다. 주식시장에서는 무서운 단어로 인식돼 있다.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증시에서 작은 실수만으로도 증권사가 파산하는 사례가 벌어지기도 해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3년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건이다.

한맥증권 사건은 옵션이라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했다. 옵션은 어떤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해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그래서 옵션은 만기일이 길수록(먼 미래일수록) 누릴 수 있는 가치가 높아진다. 그만큼 감수해야할 위험도 크다. 한맥증권의 직원 한 명이 당시 옵션 가격 계산 프로그램에 만기일을 365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0일 기준으로 주문을 냈다. 프로그램은 모든 거래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해, 가지고 있는 모든 옵션을 매도해버리기 시작했다.

한맥증권이 실수를 파악하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이미 파생상품 거래에서 5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후였다. 파생상품은 일반 주식보다 훨씬 위험하고 극단적인 성질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옵션 거래는 제로섬 게임으로 어느 한쪽이 손실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만큼 이익을 보게 돼 있다.

다급해진 한맥증권은 거래소에 전화해서 거래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거래가 체결된 뒤라 거래소도 손을 쓸 수 없었다. 거래 상대와 직접 합의를 해야 했던 한맥증권은 거래소의 중재로 그나마 국내 증권사들과의 거래를 무효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증권사들은 한치의 배려도 없이 돌려주지 않았다. 이미 체결된 거래를 취소하고 돈을 돌려줄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맥증권은 462억원대의 손실을 남기고 2015년 2월 파산했다. 한 직원의 오타가 회사 하나를 통째로 삼킨 셈이다.

일부에서는 ‘알고리즘 매매’를 사용한 것도 이번 사고의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서 일정한 가격에 자동으로 주문을 내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초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디엠에이(DMA)라는 초고속 직접주문전용선을 통해 순식간에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맹점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고 원인은 이자율 입력 오류였다.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잔여일/365'로 입력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입력하자 주문을 낸 컴퓨터는 모든 코스피200 옵션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 범위를 벗어난 가격에 매수·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전형적인 휴먼 에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알고리즘 매매는 초단기 매매이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대단히 어려워 대형 증권사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매매기법”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 매매를 하더라도 예상 범위를 벗어난 숫자를 입력하면 경고창이 뜨거나 주문이 아예 실행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한맥투자증권에 이같은 위험방지 장치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에서도 내부통제장치의 허점을 발견한 금융당국은 지난 28일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식 매매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사고 발생 시 주식 주문을 막는 '비상버튼'과 대규모 입출고에 한도가 설정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한맥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하나 시스템은 휴먼에러를 여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휴먼에러 제로를 위해 업무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작업원칙도 강화해야 하며 금융 산업은 어느 분야보다 더 휴먼에러에 민감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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