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모델이 '롯데카드 텔로 SKT' 카드 출시를 알리고 있다.ⓒ롯데카드

롯데카드와 SK텔레콤의 밀월관계가 관심이다. 첫 제휴부터 업계 최대 통신비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를 내놨다. 롯데카드는 점유율 확대를 기대한다. SK텔레콤도 요금인가제로 당장 파격요금제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휴카드로 가입자를 방어하는 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SK텔레콤 고객 대상 통신요금 자동이체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롯데카드 텔로 SKT' 카드를 출시했다.

롯데카드 텔로 SKT카드는 지난달 이용금액이 30/70/120만원 이상일 경우 각각 1만6000원/2만1000원/2만6000원이 할인된다. 카드 최초 발급 후 2개월까지는 이용금액이 30만원 미만이어도 통신요금 1만6000원을 할인해준다. 이 카드로 SK텔레콤 매장에서 휴대폰 등을 할부 구매 시 할부수수료율은 24개월 5.5%, 36개월 6.9%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최대 2만6000원 할인 혜택은 업계 최대 수준이다. 앞서 출시된 통신비 할인카드의 '네임드(잘 알려진)' 상품이었던 New SKT 우리카드의 경우 70만원 이상 사용했을 때 1만8000원을 할인해 줬다. 그러나 이는 T 라이트 할부를 이용할 경우고, 할부 미이용시에는 할인액이 1만원에 그쳤다.

롯데카드 텔로 SKT카드는 할부 이용여부와 관계없이 카드결제액에 따라 할인혜택을 준다. 할부를 이용하지 않고도 70만원 이상 사용 시 New SKT 우리카드보다 할인액이 3000원 더 높은 2만1000원이다. 여타 통신비 할인 카드가 할부를 조건으로 두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점이다.

납입 통신비가 '제로'가 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최저요금제 'band 데이터 세이브(월 3만2890원, VAT 포함)'에 25%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할 경우 내야할 요금은 2만4600원 수준인데, 여기에 롯데카드 최대 할인액인 2만6000원을 받을 경우 이 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재테크 사이트 등에서는 이미 '대박상품'으로 입소문이 나있다"며 "SK가 롯데카드에게 처음으로 열어준 상품으로, 얼마 이상을 쓰면 2만원대 할인혜택을 주는 상품 자체가 저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카드는 상품 초기부터 호응에 고무된 모습이다. 다양한 효과도 기대된다.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고객 유입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5(SK텔레콤):3(KT):2(LG유플러스)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서비스가 국민 생활의 필수재로 꼽히는 만큼 통신비 할인혜택 수요도 그에 따라 높다. 지난해 신용카드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올 한해 가장 유용했던 신용카드 혜택'을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이동통신 요금 할인'이 31.3%를 차지해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SK텔레콤 대리점을 판매채널로 활용할 수 있어 설계사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롯데카드는 카드 설계사 의존도가 높은 기업계 카드사에 속한다. 은행 창구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설계사에게 카드사가 지급하는 모집비용은 카드 1장당 10만원 수준이다.

다만 청구할인 방식으로 적용되는 할인혜택은 크면 클수록 카드사에겐 출혈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롯데카드가 점유율 확보를 위해 마케팅비 투자에 다소 '무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이런 지적에 선을 긋는다.

사측 관계자는 "통신사 제휴카드는 핸드폰 교체수요에 따라 끊임없이 새 고객들이 생기고, 소문도 잘 나는데다가 모집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들이 있어 손해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절대조건인 전월이용실적도 (통신비 할인액보다)더 많은 기대수익을 주기 때문에 적자상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가 SK텔레콤과 손잡고 통신요금 할인 전용카드를 출시한 것은 최초다. 그간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삼성카드 등과의 제휴가 두드러졌었다. SK텔레콤 관련 상품 포트폴리오가 부족했던 롯데카드로선 협력 필요성이 컸다. 사측 통신담당 부서가 끊임없이 접촉하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 제휴카드 출시까지 이르렀다는 게 롯데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SK텔레콤도 롯데카드와의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최근 이통시장의 '판'이 바뀌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 정부 시책인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통신비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월 8만8000원으로 속도와 용량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는 타사 요금제보다 약 3만원 낮은 수준이다. KT는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했다. 통신비 인하 경쟁이 추동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를 적용받아 당장 경쟁에 참전하기 힘든 상황이다. 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제다. 인가 과정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달이 걸린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물론 심사여건을 충족하기 위해 상품설계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욱 길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저희는 과기부로부터 모든 사안에 대해 인가를 받아야 하니 경쟁사에 비해 새 요금제 출시가 조금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더 저렴한)요금제를 검토, 준비하고 있지만 LGU+나 KT처럼 똑같이 낼 수는 없으니 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롯데카드와의 제휴가 전략적으로 읽히는 이유다. 당장 대응이 어려운 요금제 경쟁 대신 최대 혜택을 담은 제휴카드로 사실상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면서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갖추는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협력에)특별한 배경이 있다기 보다는 다양한 혜택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카드사와 저희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지만, "카드사 제휴혜택을 통해서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혜택을 드릴 수 있으니 고객 유치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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