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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만평] 플라스틱 시대의 종말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등록 : 2018-08-09 06:00

바다 거북 코에 빨대가 박혀 신음하고 죽은 고래 뱃속에서 다량의 비닐과 플라스틱이 나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국내 남해안에서 채취한 조개·굴 등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버려진 플라스틱 부유물은 한반도 면적의 6배를 넘어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플라스틱 섬'과 바닷속에 가라앉은 폐플라스틱(합성수지)과 타이어(합성고무)까지 합치면 수백만~수천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썩지않고 생태계 파괴자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80년 전쯤 미국 화학기업 듀폰(DuPont, 현 다우듀폰)이 나일론 소재로 스타킹을 만들면서 플라스틱 시대가 열렸다.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시장은 연간 1억톤에 달하고 1회용 플라스틱 용기 시장도 100조원대로 추산된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기초물질(에틸렌·프로필렌 등)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만든다. 가볍고 성형이 쉽고 단단하며 가격도 저렴해 각종 1회용품, 포장재, 페트병, 전자기기, 완구, 생활용품 어디하나 사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기존 플라스틱에 첨단소재를 더해 기능성을 부여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해 금속을 대체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석기시대와 철기문명을 지나 현세를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하는 학자도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수백년이 흘러도 썩거나 자연상태로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것.

국내 및 해외 화학기업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식물성 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아직 실생활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대량 원재료 조달이 어려워 생산규모가 작고 제조 단가도 기존 석유제품 대비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입 중단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영국·프랑스 등이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고 있다.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과 외식업체들은 1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퇴출에 나섰다. 청와대는 각종 소모품 중 플라스틱·종이컵 사용을 자제하고 머그컵·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환경부와 일부 지자체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점검반을 이미 가동했다.

지난 한 세기 산업발전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플라스틱이 이제 천덕꾸러기로 비난받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 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가 플라스틱 시대의 종말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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