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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리더십 지형도 급변…'재무통 전진배치'

보험업계, 저성장기 現회계제도 변화와 자본조달 과제 앞둔 상황
재무통 리더, 특성상 공격보다 수비에 강한 '금고지기' 역할 맡아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9-11 15:11

▲ 해외에서 재무통은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경영 큰 그림을 보기보다 콩알 숫자나 세는 사람들’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회사 안살림을 챙기는 '금고지기'로 인식돼있다.ⓒEBN
적재적소(適材適所). 메트라이프 한국법인 재무통인 송영록 부사장이 사장직에 전격 선임되면서 보험권 재무통이 급부상하고 있다.

다수 보험사 재무통이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는 데에는 회계제도 변화와 자본조달 과제를 앞둔 만큼 덩치 불리기보다는 재무 구조 개선 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전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송영록 전 CFO 및 재무담당 부사장을 선임했다. 회계법인 출신인 송영록 신임 사장은 2007년 최고 회계 책임자로 영입됐다. 지난해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부사장에 승격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외국계 보험사는 외국의 모기업과 한국법인 간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한 인물로 수장직을 맡긴다.

메트라이프 한국법인 역대 사장은 미국 국적과 미국 모기업에서의 커리어를 보유한 이들이 주로 발탁됐다. 데미언 그린 전 사장, 김종운 전 사장,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 회장이 이같은 경우다.

▲ 송영록 메트라이프 신임 사장ⓒEBN
보험업계 관계자는 "송영록 신임 사장은 재무전문성 하나로 쟁쟁한 경영진 후보들을 제치고 수장자리에 오른 경우"라면서 "회계제도 변화와 자본조달 과제에 대비하려는 미국 메트라이프그룹의 경영 방향이 담긴 인사"라고 평가했다.

앞서 보험업계에는 내로라하는 재무통이 핵심 요직을 꿰찬 양상이다. 지난해말 선임된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직전 농협금융지주에서 재무 본부장을 역임했다. 올 3월 삼성생명 CEO 자리에 오른 현성철 사장은 삼성그룹 내 주요 금융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꼽힌다.

특히 현 사장은 2005~2007년년 삼성SDI 원가혁신팀장과 구매전략팀 상무를 거치면서 회사 원가흐름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체질 개선을 도맡았다. 현재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개편 압박, 보험업법 개정 리스크, IFRS17·킥스(K-CIS) 제도 도입 등 회사 재무적 변화 에 다각도로 대응해야 한다.

한화생명에는 홍정표 한화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다. 그는 IFRS17 도입에 앞선 선제적인 대응 차원으로 지난 4월 외화 신종자본증권으로 10억 달러(1조1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는 재무통 출신이 요직을 차지한 곳이다.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과 박병열 한화역사 대표, 김성일 한화저축은행 대표가 그룹 내 서강대 출신 재무라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는 KB금융지주에서 재무 총괄로 활동했다. 또 기업공개(IR) 총괄 부사장, 전략담당 상무, 이사회사무국장,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 등 지주와 은행의 주요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다. 이밖에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와 허정수 KB생명 사장도 그룹 내에서 손 꼽히는 재무통이다.

이처럼 보험권에서 재무통이 잇따라 요직을 차지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글로벌 기업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저성장 국면의 보험 산업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재무라인 역할이 부각된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험업계는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비롯해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통합그룹 검사 등 규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부 회사는 인수합병(M&A)과 함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무 전문가를 대거 등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무통은 '공격보다 수비에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성상 주로 재무, 관리 등 내부 살림살이를 챙기다 보니 내실주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서 재무통은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재무통은 '경영의 큰 그림을 보기보다 콩알 숫자나 세는 사람들'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회사 안살림을 챙기는 '금고지기'로 인식돼있다. 잘 나가는 재무통과 달리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보험영업 출신 CEO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세에 접어들면서 전략통, 영업통이 사라지고 재무통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보험사 영업과 자산운용 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높이려면 코스트 관리 등 회사 재무 민낯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