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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구조조정 역풍(?)

채이배·이정미 의원 등 태광그룹 토론회 개최…'국정감사 타깃' 가능성↑
김치성과급·자살자보험금 지급조항 임의삭제 등 의혹에 "근거없는 얘기"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09-11 18:23

▲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정미·추혜선 정의당 의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주식 1위, 태광그룹을 통해 본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정책적 고찰'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EBN

"경영 효율화냐, 일방적 인력 조정이냐."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구조조정을 놓고 시각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이유로 60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 규모도 2016년 804명에서 600명으로 25% 축소했다.

이를 두고 노동조합은 흥국생명이 2017년 RBC비율(지급여력)이 150% 이하로 내려가자 회사가 자본확충, 증자는 커녕 지점을 폐지하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만 희생시켰다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복직 투쟁자와의 갈등이 1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흥국생명이기에 이런 비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5년 1월 미래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각 지점 정규직 21명을 정리해고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외환위기 이후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해마다 흑자를 내고 있던 회사였다.

흥국생명을 위시한 태광그룹 각 계열사의 노사문제는 결국 국회가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사례'로까지 언급하기까지 이르렀다. 국정감사 타깃으로까지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정미·추혜선 정의당 의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주식 1위, 태광그룹을 통해 본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정책적 고찰'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재계 최장기 병보석 중인 태광그룹 총수의 사법 형평성 문제와 병보석 중 경영활동 의혹 등을 제기했다. 배임횡령으로 법정구속된 이호진 태광그룹 전회장은 2012년 6월부터 병보석 상태로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은 재계순위 38위(지난해 4월 기준)의 대기업으로 계열사 태광산업은 국내 1~2위 최고가 황제주 주식으로 올라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태광그룹의 노동탄압 사례로 '흥국생명 해고사태 14년'을 꼽았다.

이형철 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은 "흥국생명은 2005년 1월 31일 흑자나는 회사에서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강행, 해고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14년째 복직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해고노동자에게 살인과 같은 정리해고를 남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불법과 편법 등으로 오로지 대주주 일가의 재산만 증식하는 등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전형적인 천민자본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김치 성과급'을 들었다. 2016년 흥국생명은 김치, 와인 등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제공했다. 성과급으로 대체된 총각김치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춘천 소재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었으며, 와인의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 씨와 딸 이현나 씨가 소유하는 와인 전문기업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특히 성과급으로 제공한 총각김치는 10kg에 19만5000원으로 가격이 측정됐다. 5~10만원의 시중 제품과 비교해 2~3배는 비싼 금액이었다.

2016년 이호진 전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도 흥국생명은 김치와 와인 등의 업체선정 및 계약 추진과정에서 가격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거나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반기 또 다시 직원들에게 김치, 더치커피, 와인 등을 강매했다는 것. 흥국생명 설계사들에게도 시상품으로 김치와 와인으로, 시책상품으로는 더치커피, 와인, 죽부인으로 숍앤라이프, 태광몰에서 강매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가 지분이 일정 기준(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해당 계열사 연간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김 의장은 "문제는 단순히 직원들에게 김치와 와인을 줬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호진 회장의 개인 주머니에 비자금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리한 김치와인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는 의혹이 있다"며 "태광그룹 전 계열사가 회장일가가 100% 소유한 계열사 티시스와 메르뱅 김치와 와인을 구매하고 이를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해 5만원짜리 김치를 20만원의 기부영수증을 끊어 탈세에 까지 이용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피력했다.

노조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 전 회장의 재산은 1조3110억원이며, 이는 10년 전보다 196.6%(869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의 '자살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조항의 임의삭제'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2006년 9월 재해사망특약 자살자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판결이 나자, 흥국생명 전직 임원은 한 언론매체에 "흥국생명은 재해사망특별약관에서 자살자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조항을 임의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보험업법은 약관 등 기초서류 변경 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 보험사가 신고하도록 규정하는데, 이와 배치된다는 얘기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재해사망특약의 임의삭제 기간은 2006년 9월부터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였다"며 "임의삭제로 인해 흥국생명의 미지급 자살자 재해사망보험금은 100억여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리해고로 인한 노조파괴로 노조의 내부견제 장치 또한 무너지면서 이런 일련의 사태가 발생,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나 불편이 전가된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태광의 경우에는 임노동 관계에서 정리해고나 노조말살, 원하청관계는 물론 환경, 조세문제 등에 대해 현재 헌법과 불법, 법과 규제를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흥국생명 측은 전면 부인했다. 우선 2005년 해고와 관련해선 대법원 판결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종결됐다는 반론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이들은 파업 당시 회사 이메일을 해킹했다"며 "그 중 한 명이 구속수감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관련자들은 징계, 면직 처분이 됐고 대법원 판결로 종결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김치 성과급'도 성과급 성격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며 직원 복지차원에서 나눠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RBC가 떨어지면서 성과급을 줄 시점에 지급을 못하고 유보를 시켜야 하는 가운데 명절 선물로 김치가 나갔다"며 "이를 성과급 대신 준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시책을 걸어놓고 강매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추혜선 의원은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법인세 1000분위' 자료를 보면 전체 법인소득 330조402억원 중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 소득의 72%, 상위 0.1% 기업이 5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명한 것은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미래는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