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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B손보, 메리츠 TM 70명 빼가기 '신경전 가열'

저출산·경기불황에 영업침체된 보험업계, 경쟁사 영업조직 영입 '감정싸움'
틈새시장 개척해온 중견사 메리츠와 이를 질시·견제하는 상위사 간 대립각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9-14 14:29

▲ 저출산과 불황 영향으로 영업이 침체된 보험업계가 경쟁사 설계사 스카우트 등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러 보험사가 해당되지만, 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손보 4, 5위사인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간이다. ⓒEBN
저출산과 불황 영향으로 영업이 침체된 보험업계가 경쟁사 설계사 스카우트 등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러 보험사가 해당되지만, 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손보 4, 5위사인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간이다.

메리츠화재의 70여명의 텔레마케터(TM)조직이 KB손보로 이탈하자 보험권 안팎에서는 연임을 앞둔 경영진의 성과 끌어올리기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적 확대에 갈증을 느낀 보험사의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TM설계사=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손보업계에서는 KB손보 TM 동향을 놓고 수군거림이 많았다. 그 골자는 KB손보가 메리츠화재 영업 인력을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으로 유혹하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 5월~7월 메리츠화재 관리실장급 3~4명이 산하의 TM설계사들을 데리고 무더기로 KB손보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베테랑 TM들로 결속력으로 뭉친 팀 단위의 조직이었다. 이렇게 옮겨간 이들은 70명대 수준으로 확인됐다.

메리츠화재는 담담하게 인력이동을 받아들이는 양상이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만 있는 업무 지원 시스템와 성과 수당에 만족하는 조직이 더 많기 때문에 70명 이탈에도 TM조직은 계속 보강되어 증가하고 있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TM 인원은 △5월 929명 △6월 946명 △7월 998명 △8월 1065명 △9월 현재 1143명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KB손보 관계자는 "메리츠화재 TM조직이 몇달새 조금씩 유입돼 총 70여명이 우리 쪽에 흡수된 것은 맞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도 없고 또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험업계에서 영업 인력 이동은 일상적인 일이고 TM 관리실장들의 개인적 선택에 의해 KB손보로 온 것으로 알고 있어 회사 측의 타깃 리크루팅은 아닌 걸로 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부터 보험대리점(GA) 채널 이외의 TM 채널에서도 고수수료 정책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해왔다. 올 연말까지 1200명 이상 규모의 텔레마케터 설계사 조직을 꾸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 TMR의 강력한 경쟁력은 뛰어난 시스템에서 강도높게 트레이닝된 영업력"이라면서 "보험업계는 헤드급 관리자를 높은 연봉으로 포섭한 뒤, 산하 조직 몇 명을 데려와야 한다는 식으로 인력 대량 스카우트를 하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보험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위 보험사들은 최근 대면 채널보다는 TM과 IT인력 보강을 더 선호하려는 경향이었다"고 덧붙였다.

◆업계 "실적과 연임 노린 '양수겸장(兩手兼將)' 의도"=실제 일각에서는 KB손보의 설계사 빼가기를 단순히 영업력 강화 차원으로 바라보긴 어렵다는 해석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보험사 영업부문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고, 계약직과 인력 스카우트가 보편화돼 있다 해도 특정 채널 70명 조직을 줄줄이 데려간다는 것은 뚜렷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메리츠화재가 전방위적인 시책 정책과 독보적인 영업 시스템으로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고 있어 타손보사들의 관심과 질시의 대상이 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 설계사 유출은 메리츠의 영업 방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KB의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종희 현 KB손해보험 사장이 KB손보에서 처음으로 CEO 데뷔전을 치른 점을 주목했다. 특히 KB손보는 시장점유율 상 위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를 따라잡아야 하면서 밑으로는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흥국화재 등의 추격을 받는 위치다.

이렇다보니 보험업계에선 KB손보와 메리츠화재가 본격적인 ‘시장 선점 다툼’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4년 전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온 중견사 메리츠화재와 이를 견제하는 상위사들의 대립각이 이번 인력 쟁탈로 드러났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 경영진들은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타사에서 구현할 수 없는 영업·업무 시스템 차별화에 더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과거에는 설계사들이 고객 DB를 줄 수 있는 보험사로 이동했지만 앞으로는 보험사의 독보적인 업무 체계, 워라밸 경쟁력, 상품 차별화 및 빅데이터 시스템이 근로 환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수년간 본사직원과 영업직원 등 전방위적으로 베테랑급 인력을 영입해온 메리츠화재가 이번엔 반대로 경쟁사의 공격을 받게 되는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간 과도한 설계사 빼가기는 불필요한 회사 간 감정 다툼을 촉발시키지만 감독규정상 제재할 근거가 약하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문제될 수 있는 불법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한 경영대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성장할 기회를 잃은 영업인들이 외부 지인의 제안에 따라 쉽게 이직하는 경향이 컸다는 연구결과를 낸 바 있다. 이른바 ‘동료효과’가 큰 영업직군은 타사로 이직하는 동료의 모습에 크게 영향을 받는 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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