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국감 직후 임원인사…원장·임원·직원간 손발 안맞아 '헛돈다' 평가도
업권 갈등에 세대간 대립각까지…내부경쟁 심화에 금융위와 갈등도 풀어야
‘금융감독혁신안’을 내놓은 금융감독원이 다음 수순인 인사 평가에 돌입하면서 폭풍전야를 연출하고 있다.
윤 원장은 조직안정화 방침을 표한 바 있지만 금융위원회와의 관계를 비롯해 즉시연금보험 사태, 내부 갈등을 놓고 불협화음이 있었던 만큼 조직쇄신 차원에서 변화를 주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발 빠른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신진 리더급들과 조직안정화에 방점을 둔 임원·국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르면 국감 직후 11월께 임원인사…원장-임원-직원간 손발 안맞아 '헛돈다'는 평가도
우선 인사 시기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통상 금감원 임원 인사는 연말께 이뤄지지만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일찍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로서는 26일 국감 이후 11월초가 유력시되고 있다. 전전임인 최흥식 금감원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임원 전원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1년만인 11월께 임원 인사를 하게 되면 불과 취임 1년 만에 직을 내려놓는 임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간 금감원 안팎으로는 '현재 활동 중인 임원들이 윤 원장이 발탁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원장과 임원진, 직원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주요 라인에서의 감독 전략과 행정력이 헛돈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국정감사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시한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감에서 윤 원장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윤 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위축되는 상황이 연출되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부들이 원장을 물 먹이는 것 같다. 개혁적 원장이 왔다고 사보타지(태업) 하는 거냐”라면서 "원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다"고 질책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속도감 있는 금융혁신을 주문하고 있지만 기존 금융산업의 저항이 커 개혁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인사 쇄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윤 원장은 최근 금감원 소셜 라이브방송에 출연해 "금감원이 추진하는 금융감독 혁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금융을 잘 이행하고 금융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국민들에게 유용한 보편적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밖에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미지급 즉시연금 논란과 관련해 시장의 강한 저항을 받으면서 감독기구로서의 치밀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취임 5개월이 지난 현재 윤 원장이 국내 금융사별 사업 역량과 금감원의 여건 및 정무적 위치 등 큰 틀을 파악한 만큼 조기 인사 카드를 꺼내 자신이 추진하는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려고 할 수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업권 갈등에 세대간 대립각…내부경쟁 심화에 금융위와의 갈등도 풀어야◆
이번 인사는 '금융감독혁신안'의 후속 일환이기도 하면서 △가치전환기의 금융감독 업무의 진화 △팀장 보직 축소를 비롯해 인사 적체까지 해결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는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이후 기존 업권 대립에 세대간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조직내 불협화음이 표출돼왔다.
특히 4급 수석 신설 논란과 장학회 기금 조성을 놓고 고연차 직원과 저연차 직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내부 갈등이 가중된 양상이다. 4개 감독기구(은행·증권·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를 통합한 금감원은 올해로 출범 20년이 됐지만 출신 업권(은행·보험·증권)을 뿌리로 하는 정체성이 깊게 형성돼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들은 업권별로 전문성을 길러온 탓에 이를 섞었을 때 잘 융화되기 어려운 문화적, 업권적 특성이 있었는데 거기에다 세대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난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시한 감사원 감사 결과로 내부 갈등이 심화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감사원이 팀장급 이상이 전체 직원의 45%에 달하는 금감원에 방만 경영을 개선할 것을 지적하면서 팀장직 축소를 권고해서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팀장직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저연차 직원들이 근속연수 20년은 돼야 팀장을 겨우 달게 되는 등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면서 "임원은 임원대로 임시직, 직원은 직원대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어 조직에 망조(亡兆)가 짙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감원 직원 채용비리 사건도 세대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채용을 조작한 사건으로 금감원이 탈락자에게 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첫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금감원 내부가 들썩이고 있는 것. 금감원 내부에서는 선배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금감원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직원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위와의 관계도 금감원이 풀어가야할 숙제다. 국가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는 민간 기구인 금감원에 금융감독업무와 관련한 행정권을 위탁해왔다. 최근 위탁 범위와 권한을 두고 두 기관 간의 갈등이 커졌다.
가까운 예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 다툼이 발생한 바 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감리결과를 사전통보한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금감원은 사전통보가 금감원의 권한이고 시장 파장을 고려해 공개했다고 밝혔지만 금융위는 이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속도감 있는 금융혁신 위한 조기인사…경제계 바람 영향도
통상 연말께 인사를 해왔던 금감원이 조기 인사를 하는 데에는 경제계 리더십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서다.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40~50대 '젊은 총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변화 속도가 빠른 시장과 프레임 전환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세대교체'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경제계 전반의 인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직원과 임원들의 인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조직쇄신을 강조하는 한 직원은 "앞서 불거진 채용비리는 선배들의 권한남용, 문제를 방치한 선배들의 직무유기는 여기서 근절돼야 한다"면서 "최근 금감원 입지가 위축되면서 무사 안일주의로 '민감한 일은 피하고 보자'는 임원 때문에 조직이 활기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포화상태의 조직이 정해진 자리를 두고 내부경쟁 하느라 전력을 소진하고 있다. 선배들이 금융 성장기에 과도한 혜택을 누려온 만큼 금감원의 고통 분담은 당연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조직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만 2명의 전임 원장이 옷을 벗었고 세 번째로 현 원장이 어렵게 기용된 만큼 조직의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원 13명이 전원 교체된 마당에 다시 대대적 인사를 단행하면 조직이 균열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혁신금융을 향해 금융사들과의 '전쟁'을 계속 치러야하는 만큼 잦은 장수교체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이 주어진 합법적인 임원이 '인적 물갈이' 수단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금감원 한 임원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임원들을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임원직을 분에 넘치는 호사스러운 일로만 생각한다면 누가 임원하려고 하겠나. 이제 직원들과 손발 맞추며 조직력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1년짜리 임원은 업무 효율성 면에서나 도의적으로나 맞지 않다"고 말했다.
원장을 제외한 금감원 임원은 4명의 부원장(수석부원장1·업권별 부원장3)과 9명의 부원장보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 제청을 통해 금융위가 임명하는 자리다. 윤 원장이 주도하는 이번 인사에서는 금감원장이 직접 임명권을 쥐고 있는 부원장보의 경우 일부 교체가 실시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청와대가 속도감 있는 인사혁신을 주문하는데다 금감원장으로선 취임 1년 이내 성과를 내놓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임원들이 교체될 경우 최 전 원장 때 인사에서 '물'을 먹은 국장들이 상당수 구제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 금감원은 업무능력과 성실성, 조직화합 기여도, 리더십 등을 놓고 임원 평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금융감독 기구의 인사는 금융개혁에 초점을 둘 것인지, 소비자 보호 이슈인지, 산업과 소비자, 내부 방향성 등 다면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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