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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 충분 vs 부족

학계 "대외 변수 취약·6000억달러는 쌓아야 안전"
한은 "기조적 증가·통화스와프 등 안전망도 있어"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8-11-06 17:09

▲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연합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논란이 새삼 불거졌다. 정부는 현재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서 100배 이상의 달러를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가세가 꺾이면서 추세상 '부족해 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이 같은 논란을 키웠다.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가 대외변수에 취약하다는 전제에 더해서 국내 증시에서 최근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경험이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한미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합세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충분하고, 중국-스위스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 안전망이 구축돼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월 외환보유액'은 4027억달러다. 전달 보다 2억5000만달러가 감소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시절 외환보유액(39억달러)에 비하면 100배 이상 커졌다.

외환보유액은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보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한 대외지급 준비자산이다. 한국은행은 지금의 외환보유액을 비상 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장 권위있는 IMF 기준으로 해도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그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 측이 언급한 IMF 기준은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 잔액의 15% △유동외채의 30% 등 4가지 항목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814억~5721억달러 수준이다.

한은은 여기에 외환보유액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의 꾸준한 증가와 외화자산 운용수익의 증가로 외환보유액은 기조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경상수지는 올해 9월 기준으로 108억3000만달러로, 2012년 3월 이후, 7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신흥국 금융불안에 최근 지속적으로 커지는 미·중(G2) 간 무역 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화 방책'을 더 쌓아야 한다는 반론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일부 학계에서는 외환보유액은 향후 발생할 위기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인 만큼 향후 금융·외환위기 발생에 따른 비용에 비하면, 현재는 적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경제가 대외 변수에 지나치게 취약해 외환보유액이 더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된 가운데 미국의 빠른 정책금리 추가인상에 따른 외화자금의 이탈 등의 디비 필요성을 더한 우려다.

자금이탈은 우려에 근거가 없지는 않다. 지난 9월 외국인들이 채권시장에서 1조9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고, 10월 한 달 동안에는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4조6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무역의존도가 60%가 넘는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 분쟁 증폭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에 따른 실적 둔화 등에 따라 언제든 외국 자금이 대량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해선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조5000억달러 정도의 GDP 규모에 비해서 무역규모가 70%를 넘어서는 나라여서 대외경제 변수에 약하다"며 "IMF 기준이 아닌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수준의 외환보유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IS는 한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과 관련 △3개월치 경상지급액 △유동외채 △외국인 상장 증권자금의 1/3 수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적정 외화보유액은 최소 600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또 "외환보유액이 BIS에서 권고하는 6000억달러까지 늘리더라도 GDP기준으로 하면 약 47%에 그친다"며 "혹시 모를 금융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고통 받지 않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급히 외환보유고를 더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의 유출 가능성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수익성 자체가 떨어져 외국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에 상당히 유의해야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과 한·캐나다 및 한·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화 안전망을 구축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화스와프 외에 국민연금 등 민간 해외투자자산도 늘어 유사시 제2의 외환보유액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