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20일 17:01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기업보험-투자금융, 본질同”…투자금융人 낙점한 메리츠화재

메리츠, 보장·통계에 천착한 보험사를 리스크컨트롤 기업으로 격상
새 프레임 제시 통해 기업보험도 개인보험 수준으로 끌어올릴 복안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11-08 19:28

▲ 메리츠화재가 기업보험 총괄사장으로 글로벌 투자금융 전문가를 기용해 기존 프레임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실행해 귀추가 주목된다ⓒEBN

금융권은 변화하지 않기로 '악명' 높다. 특히 보험권은 굼뜬 업무 관행과 폐쇄적인 문화가 고착돼 있는데다 변화에 대한 저항 또한 만만찮다. 금융업종으로 분류돼야할 '사회적 지위'가 성장시대를 거치면서 권위로 변주된 까닭도 있다.

그런 보험업계가 기업보험 총괄사장으로 글로벌 투자금융 전문가를 기용해 기존 프레임을 전복하는 인사를 실행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7일 메리츠화재가 기업보험총괄 사장에 최석윤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사진>를 선임하면서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신임 사장이 보험 경험이 전무한 글로벌 투자금융(IB) 전문가란 점에서 이른바 '파괴적 혁신'에 가까운 용병술로 인식된다.

1959년생인 최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JP모건에서 금융업을 시작했다. IBM영업본부를 거쳐 1987년부터 대우증권에 입사해 본사 국제영업부와 도쿄, 런던지점 파견근무 경험을 토대로 IB분야의 노하우를 쌓았다.

이후 1998년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서울지점 이사, 2003년 바클레이즈은행 한국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는 RBS은행 서울지점장 및 한국 대표를 역임한 뒤 2011년~2015년 골드만삭스의 한국 대표를 지냈다. 2016년부터 메리츠화재로 옮기기 직전까진 서울대 경영대 겸임교수로 몸 담았다.

글로벌 IB를 두루 거친 화려한 행보이지만 보험과 관련된 이력은 전무한 까닭에 메리츠화재 기업보험 역량을 키울 적임자로 낙점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리츠화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최 신임 사장을 기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최 신임 사장이 기존 보험업 관행에 천착하지 않는 외부인이기에 업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 제시와 기업보험에 대한 재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회사의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보험과 투자금융은 기업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보험과 투자금융은 맞닿아 있다. 기업보험이 경영 상의 리스크를 보험으로 보장하는 노하우를 사업화한 것이라면, 투자금융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조달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투자금융은 기업보험처럼 기업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일감을 따낸다. 기업상장(IPO)을 주도해 수수료를 챙기고, 인수·합병(M&A)을 주관해 먹거리를 발굴한다. 기업보험도 기업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 내재 리스크를 추산하는 전문가들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두 업종은 기업이 보유한 문제·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종합리스크관리'라 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보험업과 투자금융의 차이점만을 볼 것이 아니라 '기업리스크 해결사'라는 통섭적인 측면에서 업을 재해석 할 때가 됐다"면서 "메리츠화재는 브랜드파워만 센 무뚝뚝한 대형보험사에 질린 고객을 끌어오고자 밀착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신임 사장을 발탁한 두번째 이유로는 기존 보험업계 폐쇄성과 밀실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보험은 수십 년간 아날로그적 관점에서 밀실 거래와 계열사 밀어주기를 통해 성장해온 측면이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 보험사는 기업보험 실적을 '관계사 물건'으로 채우는 등 '밀실 야합'에 의존해온 편이다. 독점적 정보와 관계 일변도의 기업보험 문화도 고착화됐다.

무엇보다 최 신임 사장은 직원들의 전문가적 자질 향상, 업무 프레임 및 발상 전환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기업경영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최 신임 사장은 후배 양성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서 "최 신임 사장은 세계적 금융사에서 얻은 '기업문제해결사' 경험을 메리츠 임직원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메리츠화재는 기업보험도 개인보험 수준(상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업보험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고 기존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석윤 신임 사장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저성장기에는 반드시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경영이론을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우려점을 내놨다. 보험 경력이 없는 최 신임 사장과 기존 관행에 익숙한 직원들 간의 화합 여부다. 보험은 증권사와 달리 긴 호흡으로 단련된 직원들이 많은 반면 증권맨은 순발력이 필수 역량이다.

또한 최 신임 사장은 2015년말 금융권을 떠났다. 공백기가 약 3년 있는 셈이다. 기업보험과 다소 이질적인 듯한 투자금융의 결합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실험경영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