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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윤석헌 "금융사 '서민금융' 힘써야"…직원 "당국도 노력해야"

25개 금융사 총출동…서민금융 궁금증 '한 곳에서 해소'
행사 시간은 '옥에 티'…서민 생업시간에 열려 참여율↓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11-08 15:20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가장 왼쪽)이 8일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서민금융박람회'에서 시민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EBN

8일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금융감독원이 은행 및 서민금융 유관기관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2018 서민금융박람회'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서민금융 상담원으로 나서 3명의 시민들과 만나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정부의 '포용적 금융' 정책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상담을 마친 후 윤 원장은 소감을 밝혔다. "세 번째 분은 신용연체가 계속 쌓여서 어느 은행에 가더라도 대출이 쉽지 않았습니다.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이죠. 전문적인 상담을 먼저 받고 나면 그 다음에 제도적인 구제책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파산은 신청하면 다 받아주는 것일까?" 서민금융 궁금증 '한 곳에서 해소'
이날 서민금융박람회는 서민들의 금융활동을 돕는 ‘제도적인 구제책’을 집중 홍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5개 기관이 부스를 열고 새희망홀씨(은행권)·햇살론(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등 정책서민대출, 서민 우대 예·적금 상품 및 채무조정 뿐만 아니라 사회적금융, 자영업자 경영컨설팅 및 임대주택 지원제도 등 다양한 내용으로 현장 상담을 실시했다.

기자는 직접 이 자리에서 한 시중은행 부스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연 6%의 '새희망홀씨대출'을 홍보하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4대 서민금융상품 중 하나인 새희망홀씨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 혹은 신용등급 6∼10등급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연 6~10.5% 금리로 1인당 최대 30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주택자금이 필요한 기자는 새희망홀씨대출 대신 4%대 금리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또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현재 -10%대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자는 저축은행중앙회 부스에서 저축은행 정기예·적금에 돈을 넣는 것도 재테크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는 컨설팅을 받았다. 홍보 팸플릿에 기재된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에 2.64%, 정기적금은 2.70%에 달했다. 시중은행보다 약 1%p 높은 수준이다.

"파산은 신청하면 다 승인해주는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겨 신용회복위원회 부스에 이를 질의했다. 부스 직원은 "파산은 면책을 받는 제도로, 법원에서 심사를 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연령이 고령이거나 돈을 갚기 힘들다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제안했다.

개인워크아웃은 신용카드대금이나 대출 원리금을 90일 이상 연체했거나 총 채무액 15억원 이하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은 2개 이상 금융회사에 상환해야 할 채무의 연체기간이 31~89일 사이인 채무자가 신청할 수 있다.

기자처럼 각종 서민금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시민들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 행사가 시작된 지 3시간정도 지난 오후 1시경 서민금융진흥원은 6명 정도의 상담자를 맞았다.

진흥원 직원은 "옥탑방에 살고 있는 70대 어르신, 창업자 등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진흥원이 하는 사업 중에 '맞춤대출'이 있다. 본인 상황에 맞는 대출을 한도, 금리별로 나열해 안내해 드리면 좋아하시고 새롭게 알아가는 분들도 있다. 이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 '2018 서민금융박람회' 신한은행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EBN

◆윤석헌 "금융사 '포용적 금융' 힘써야"…현장 직원 "당국도 노력해야"
이번 행사에는 윤석헌 금감원장과 함께 우리, 농협, 신한, SC, KEB하나, 기업, 국민, 씨티, 수협 9개 시중은행 행장, 부행장들도 참석했다. 윤 원장은 이들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권에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금융' 활성화를 주문했다. 서민층의 소득 증대를 도움으로써 금융사의 성장도 이룰 수 있다는 논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맥이 통한다.

윤 원장은 "우리 금융권은 서민들이 금융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금융의 포용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서민층의 소득증대를 유도하고 더 나아가 금융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500조원에 육박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서민층의 이자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공급이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햇살론에는 6개 은행이 2024년까지 출연금 9000억원을 내기로 하는 등 금융사의 출연금이 서민금융상품의 재정에 큰 역할을 한다.

윤 원장은 "그간 금융당국은 서민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2008년부터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도입했고 자금 공급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다만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양적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취약계층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업권이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자는 게 윤 원장의 발언 취지다. 은행 등 금융사가 서민금융상품 보급에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하는 '역할론'을 강조한 셈이다.

행사현장에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당국 또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감독기관이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도록 하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일반금융기관은 이에 따라 연체도 더 많이 발생한다"며 "지원을 받는 계층이 늘어나게 하려면 당국이 더 관리 측면에서 규정을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같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 직원은 "금감원의 감독방향, 지시대로 더 낮은 신용등급까지 대출을 확대했는데 그게 은행의 부실률을 높이는데 부정적으로 기여했다면 책임소재가 따르는 것"이라며 "그러면 리스크 체계 관리를 어떻게 확충해야 하는지, 손실을 은행이 다 떠안을 것인지, 사회적 비용으로 일부를 같이 부담할 것인지 금융당국과 은행이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평일인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임에도 정작 시간대는 서민이 한창 생업을 하는 시간에 열어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특강 행사의 자리는 절반 가량이 공석이었다.
▲ '2018 서민금융박람회' 특강 전경ⓒ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