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7일 16:20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표현할 방법이 없네"…광고법에 발 묶인 건강 식품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아니면 건강효능 적시 못해
건강식품시장 성장 가로막혀, "규제 완화 필요"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8-11-09 12:40

▲ 푸르밀의 엔원 제품 영상광고.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일반식품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식품은 광고나 제품표지에 건강 효능을 표시할 수 없다. 표시광고법상 과대광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건강 관련 식품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이나 효능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는 일반식품이라도 일정부분 표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향상에 효능이 있는 각종 일반식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제품의 광고나 표지에는 이러한 효능을 전혀 표시할 수 없어 많은 업체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지난해 2월 기능성 발효유 엔원(N-1)을 출시했다. 엔원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는 시장을 겨냥해 푸르밀이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다.

엔원에 들어간 김치유래유산균(nF1), 비피더스균, 카제이균은 NK세포를 활성화시켜 준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는 체내 면역세포 중 하나로, 각종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식품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엔원의 효능은 임상실험으로도 확인됐고, 관련 연구논문이 해외 학술지에도 실렸다.

연세대 이종호 교수 연구팀이 60세 이상 일반인 2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엔원과 일반 우유를 12주 동안 마시도록 한 후에 NK세포 활성도와 면역기능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엔원을 마신 그룹은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서 없애는 NK세포가 활성화됐으며, 면역 관리 핵심물질인 인터루킨-12와 면역항체 생성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가 발표한 ‘비피더스균, 카제이유산균 그리고 열처리 유산균(김치유래) 함유된 발효유의 NK세포 활성을 포함한 면역 기능 증진(개선) 효과’ 논문은 해외 저명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지난 6월호에 게재됐다.

하지만 엔원 제품의 광고나 표지에는 이러한 건강 효능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엔원 제품의 표지에는 'NK프로젝트'라는 단어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고려대 이광원 교수 연구팀, 연세대 이종호 교수 연구팀'만 적혀 있다.

배우 하지원씨가 나오는 TV광고에서도 "엔원이 NK세포에 주목합니다"라는 애매한 내용만 나와 소비자들이 엔원의 효능을 전혀 알 수 없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의 경우 광고나 표지에 건강 관련 효능을 적시할 수 없다. 표시광고법과 식품위생법상 과대광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도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카세이(Lactobacillus casei) HY2782'가 미세먼지 독성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균주를 포함하는 미세먼지 독성에 대한 세포 및 조직 보호용 조성물'이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여기에 사용된 유산균이 바로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하고 있는 HY2782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유산균을 대표제품인 야쿠르트를 비롯해 키즈플러스, 비타플러스, 뷰티플러스, 슈퍼100 등 발효유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 역시 해당 제품의 표지나 광고에서 이러한 효능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식품업계에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여러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단순히 성분을 넣은 제품도 있지만, 업체에서 사활을 걸고 여러 해에 걸쳐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임상실험으로 의학적 입증까지 거친 제품도 나오고 있지만 일반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에 묶여 효능을 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관련시장이 성장하는데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알권리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식품의 건강 효능 광고나 표시를 제약하는 현행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임상 등으로 효능이 확실히 입증된 경우에는 일정부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침체된 식품시장에도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