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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P2P 시장, 느긋한 금융위(?)

P2P업체 대표 "금융위 입장 정리돼야 하는데…P2P법 우선순위 밀린 듯"
금융위 "국회 법안을 저희가 어떻게 하냐" 반박하지만…국회는 '답답'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11-22 10:42

▲ 모 P2P업체가 자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내세운 허위 PF사업장ⓒ금융감독원

최근 사기·횡령 혐의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P2P(개인 간 거래) 금융시장의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P2P 법제화'가 공회전을 하고 있다. 국회와 손발을 맞춰야 할 금융위원회가 입법화 의지는 밝혔지만 행동은 없는 '겉시늉'을 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2일 한 대형 P2P업체 대표는 "국회에서는 P2P법 논의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융위의 입장이 먼저 정리돼야 국회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금융당국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데, 금융위는 현재 핀테크 특별법이 P2P법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것 같아 (P2P 법제화에)시간이 더욱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P2P금융시장은 첨단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금리단층을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규제 허점을 틈타 P2P대출을 가장한 '유사수신' 사기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P2P 연계대부업자 178개사 점검결과 20개사에서 사기·횡령 혐의가 포착, 검찰에 수사의뢰를 마쳤다. 10곳 중 한 곳 꼴이다. 사기·횡령에 의해 투자자 수만명의 투자자 자금이 1000억원 이상 유용됐으며 일부는 회수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사결과 루프펀딩은 8000명으로부터 투자금 400억원을 편취해 구속 2명, 불구속 1명 기소처분됐다. 아나리츠는 피해규모가 4000명, 3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명 구속, 1명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 500명·피해액 50억원에 이르는 폴라리스펀딩은 전 대표 권 모 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P2P 부실대출 사례가 규모와 빈도 모두 급증 추세인 것은 P2P시장이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검사도 P2P업체(플랫폼)에 대해선 법적 권한이 없어 감독·검사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고, 연계 대부업체를 검사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부업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 뿐으로, 업체가 지키거나 안 지키거나 '지켜라'라고 할 수 없는 방법은 없다"며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계를 토로했다.

P2P 법제화는 빠를수록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을 건전화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민병두·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 총 다섯 의원이 지난해부터 P2P금융 법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주요내용 '가'항부터 "온라인대출중개업을 하려는 자는 등록의 요건을 갖추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함(안 제3조 및 제4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다섯 개 법안 모두가 금융위를 P2P 시장의 관리 주체로 규정하는 만큼 국회는 입법을 위해 금융위 당국이 법안 각론에 대한 의견 제시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국회에서 법 심사를 할 때 논의를 지원하는 쪽으로 돼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법안을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역할 부재론'을 반박하는 목소리다.

발의 또는 제출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이뤄진다. 법안 제안자의 취지설명과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거쳐 소위원회 심사에 들어가고, 심사가 끝나면 해당 전체회의로 넘겨져 표결을 거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논의과정에 금융위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국회의 입장이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도 지난 9월 열렸던 국회 토론회에서 "기본적인 입법 방향은 P2P 금융업을 별도의 업으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며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 입장을 정리한 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의지 피력과는 달리 국회는 '결과물'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이진복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가 (P2P법 진행이)늦어지고 있는데 불만이 많다.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며 "사람들이 P2P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제도가 못 따라가는 상황으로 저희도 P2P법을 발의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금융위가 받아야하는 법이니까 금융위가 더 신경써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는 등 핀테크 규제완화를 주창하고 있는 바, P2P법 진척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P2P법에 대해 "P2P는 금융거래와 관련된 분야이니 금융기관인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세부법적으로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부분들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P2P법을 논의하고 진전시키면 민 위원장도 적극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의 양태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이 복잡해지는 만큼 다양한 주체 간 논의가 발빠르게 요구되는 상황인 반면 금융위가 '책 잡힐 일'을 하지 않기 위한 안전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기관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으로선 빠른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근우 금감원 핀테크지원실장은 "현행법규상 실질적으로 P2P 플랫폼까지 감독이 미치지 않는다"며 "최대한 투자자보호를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향후에도 (법제화를 위해)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