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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낙하산'으로서 일하기

  • 송고 2018.12.13 11:19 | 수정 2018.12.13 11:20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말 그대로 낙하산은 '대통령의 사람'이란 딱지를 붙이고 자리에 앉게 됐다.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기관장 열차'를 탄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일을 더 잘해야 하고, 본인에 대한 평가가 대통령과 정부(지지율)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EBN

말 그대로 낙하산은 '대통령의 사람'이란 딱지를 붙이고 자리에 앉게 됐다.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기관장 열차'를 탄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일을 더 잘해야 하고, 본인에 대한 평가가 대통령과 정부(지지율)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EBN

정권이 바뀌면 소위 '보따리 행렬'이 이어졌다. 임기 전 금융기관장, 고위직들의 무더기 퇴임 행렬이었다. 빈자리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무기로 발탁된 새 인물이 앉았다. 개중엔 '비전문가'란 비판을 받은 인물도 있었고, 노동조합과의 결탁을 통해 무리 없이 안착한 경우도 있었다.

이 사태는 다시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도 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 정부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 '적폐청산'을 운운하며 '낙하산 북새통'을 기존 정부들처럼 재현한 셈이다.

낙하산 인사. 좋게 말해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외부 인사가 전문성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때 금상첨화인 인사일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만 커온 인물은 시각이 협소해서 조직에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내부 인물은 또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으로 기존 것을 신봉하는 경향이 강해 기존 문제를 개선하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게 하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대통령들은 외부출신 인물이 현안에 새로운 처방전을 제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낙하산 인사를 낙점했다고 언급하곤 했다.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통찰력이 있는 인물을 '제대로' 기용했다면 그 조직은 대통령의 바람대로 한 단계 더 도약했을 것이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갖고 있는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뒤틀렸을 경우다. 특히 본인이 잘나서 기관장직을 맡게 됐다고 착각할 경우가 조직에 악재를 불러온다. 말 그대로 낙하산은 '대통령의 사람'이란 딱지를 붙이고 자리에 앉게 됐다.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기관장 열차'를 탄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일을 더 잘해야 하고, 본인에 대한 평가가 대통령과 정부(지지율)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임명권자, 대통령을 생각해서라도 국가와 조직에 도움이 되도록 애써야 하고, 임기 후 자신에 대한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감독원만 해도 기관장 대부분이 낙하산 출신이며, 존경을 받고 퇴임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희수 신임 보험연수원장ⓒEBN

정희수 신임 보험연수원장ⓒEBN

비전문가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면,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겸허한 자세를 지니는 게 맞는 것 같다. 본인 등에 달린 '낙하산 꼬리표'를 의식해서라도 눈으로 보고, 발로 뛰는 밀착형 관리자로 역량을 다 살려 내부 임직원과도 협력을 잘 해야 한다.

비전문가인 것도 문제지만, 그 기관장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게 더 문제다.

기관장 자리를 경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징검다리로만 본다면, 국내 경영과 관리를 소홀히 하고 대외 활동에만 경도될 수 있다. 고속철도(KTX) 탈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오영식 코레일 사장에 대해 "국내 일은 뒷전으로 생각하고, 오로지 대북사업 등 화려하고 보여지는 일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공공기관장 자리는 대통령 측근을 위한 '노후 일자리'로 전락한 것 같다. 공공기관장 자리는 '낙하산 재테크' '낙하산 알박기'라는 비아냥과 힐난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전직 대통령 임기 5년간 이 기관 저 기관 옮겨 다니며 호주머니를 채운 기관장도 여럿이다. 정권 교체 직전 염치없이 임기를 연장한 낙하산들도 있다.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야당과 전문가들은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핵심 요직을 차지한 것을 질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4개월 동안 총 340개 공공기관에서 새롭게 임명된 1651명의 임원 가운데 365명(22%)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오늘(13일)도 또 한명의 낙하산이 자리를 꿰찬다. 13일 17대 보험연수원장으로 취임하는 정희수 전 의원이다. 이날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하는 정 신임원장은 캠코더 인사로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그 이력 때문에 그가 정치적 인연으로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꿰찼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는 경북 영천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3선(17~19대)을 한 중진 정치인 출신이다. 친박근혜계로 통했던 그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4월 돌연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에 앞서 3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있었다. 당을 옮기자마자 그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출범시킨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보험경력은 전무하다. 보험권 근처에 와보지도 않은 그가 보험연수원장에 등장한 것을 두고, 보은 낙하산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밖에서 보기에 보험연수원장직은 누구나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만만한 자리로 보인다. 보험권은 그런 곳으로 각인돼 있다. '보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과 사람들이 보험을 기피하는 경향을 생각하면, 게다가 6개월이나 원장직이 공석이었다는 점을 보면 보험권에서 중요하지 않은 한직(閑職)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무나 가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이제 큰 착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과 같은 금융 산업의 격변기에는 보험사들이 낡은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질적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게 보험유관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내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줄어들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이런 저런 모형을 가동해 봐도 시장 축소는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연구자의 설명이다. 이유는 보험업이 우리 경제와 함께 가는 인과관계에 있어서다.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해약환급금이 늘고 있고 시장 포화 상태에서 보험사들은 새로운 모멘텀 발굴을 갈망하고 있다. 일단 보험사들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현상 유지를 택한 모습이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EBN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기자ⓒEBN

보험연수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신상품이 개발되고 있고 보험소비자와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낙하산 기관장이 잠시 쉬었다가는 수준에서 일을 한다면, 골든타임을 놓친 그 피해는 보험사로, 그리고 보험계약자인 국민에게 피해(보험료 인상)가 전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대통령(정당)이 신세를 진 정치인이 보험권을 잠시 쉬었다가는 놀이터로 인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 신임 원장이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논공행상의 보상정도로 생각하는지, 기관장으로서 적합한 일꾼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될 것이다.

보험연수원장 뿐만 아니라 생명·손해·화재보험협회장, 보험개발원장, 보험연구원장도 같은 잣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은행은 소멸이 예고돼 있지만 보험사는 그보다 더 오래 생명을 이어갈 것이며, 결코 쉬었다 가는 자리가 아니다. '보험전문가'를 운운하며 보험사들이 안주하고 있는 배경은 어쩌면 보험유관기관들의 게으름과 무사안일주의 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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