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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직고용보험 의무화 여파 보험설계사 줄어드나?

고능률 설계사 '세금 폭탄'·저능률 설계사 '강제 해촉' 위험
"월 100억원 추가 부담액 생기면 설계사 다 가져갈 수 없다"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1-11 11:09

▲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EBN DB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직, 예술인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에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가입 의무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고직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70%)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들의 화두다. 현장에서는 이론에 치우쳐 현실을 간과한 '탁상행정'식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에게 고용보험이 의무화될 경우 우선 고능률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세금 폭탄' 우려가 생긴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소득에 대해 사업소득세 3.3%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의무화로 근로자 신분이 되면 근로소득세를 적용 받아 고소득 설계사일수록 세 부담이 치솟는다.

현행 소득세율은 과세 표준 구간에 따라 △1200만원 이하(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35%)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3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40%) △5억원 초과(42%)를 낸다. 최대 폭 10%의 지방세 부담도 있다.

저능률 보험설계사들에게는 '강제 해촉' 위험이 커진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용보험만 의무도입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월 173억70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4대 사회보험이 적용되면 추가 비용부담은 월 1075억원으로 급증한다. 사업비 부담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미 생명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10만명선이 깨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 소속 전속 설계사는 9만9886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0만9592명)보다 약 1만명이 줄었다.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한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의 이전 수요와 함께,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이 점포 감축·구조조정 등을 시행한 영향이다. 줄어드는 시장 파이도 연관성이 크다.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지난해 4.5% 감소에 이어 올해에도 3.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본사차원에서 전속 설계사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면서 저효율 설계사 정리 작업과 함께 무실적 설계사들을 해촉하고 있다. 고정비용의 확대로 이어지는 고용보험 부담액의 상승은 저효율 설계사의 '구조조정'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4대 보험 가입으로 최대 15만명 이상의 설계사가 감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보험설계사들의 반응이 저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17년 보험연구원이 생명보험회사의 전속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의사'를 조사한 결과 찬성은 16.5%에 불과했고, 반대는 38%에 달했다.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의견이 45.5%였다.

특히 보험설계사는 본인의 영업방법이나 영업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업자적 요소가 강하다. '일반적 근로자성'을 인정함으로써 설계사의 영업방식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과 이론의 차이가 크다. 이론은 기본권 및 복지를 보장해야한다는 것이지만 현실 면에서는 보험사도 설계사도 싫어하는 정책"이라며 "고소득자 설계사가 각 보험사마다 전체 설계사 중 30%는 될 것인데, 이들이 전체 업적의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세금노출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VVIP 설계사들의 경우 별도로 보조직원을 둘 내지 셋을 두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고용보험 의무화에 따른 '일반 근로자'로의 전환은 이러한 영업방식의 전환을 부를 수밖에 없어 고능률 설계사의 경우 더욱 실이 많다는 얘기다.

관계자는 "월 100억원 가량의 추가 부담액이 생기면 설계사를 다 가져갈 수 없다"며 "그러면 저능률자를 쳐내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정부 기조와는 배치되는 결과다. 작은 걸 얻으려다 더 큰 대의명분을 잃는 '악수(惡手)'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