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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 성장에 부담" 감사 기준 완화 나선 금융당국

보수적인 외부감사, 스타트업 등 소규모 혁신기업에 더 큰 부담
'비적정' 의견 한번에 상폐 위기…디지털포렌식 조사 요구도 늘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3-14 15:08

▲ ⓒ픽사베이

지난해 11월부터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들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실시되는 외부감사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늘어나고 있는 회계법인의 요구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 등 소규모 기업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기준 완화 등을 검토하며 기업활력 제고에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부감사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위는 '기업의 외부감사 애로 해소를 위한 감독지침'을 발표하고 벤처캐피탈 등 피투자회사 지분 공정가치 평가 관련 애로사항 및 외부감사인들이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법령들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감사에 나서고 있는 회계법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함으로써 본연의 업무에 부담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의 경우 회계법인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이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이라도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면 바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돼 회계법인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신외부감사법 시행으로 문제 발생시 이전보다 회계사들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에 회계법인들도 보수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해하지만 업무의 유연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재감사 등의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조사 요구가 늘어났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감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기업 데이터를 전수조사하는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특히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처리기준위반으로 제재를 받았거나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의 감사에 나서는 회계법인은 이전 감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일반적인 감사비용에 더해 디지털포렌식 조사에 따른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데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포렌식 조사가 결정되면 감사기간도 늘어날 뿐 아니라 최소 1억원이 넘어가는 조사비용도 큰 부담이다.

이와 같은 문제로 업계에서는 디지털포렌식 조사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금융위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의 경우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없으나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어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요구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고보면 크게 문제삼을 이유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회계법인들이 '리스크 헷지'를 위해 저인망식 조사에 나선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에서는 디지털포렌식 실무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회계법인들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법인에 한정돼 있는데다 매출 규모가 적은 소기업의 경우 회계사들의 역량으로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남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포렌식 조사는 기업의 모든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주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기업들은 대체로 시스템이 복잡하지 않아 회계사들의 역량으로 충분한 감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들거나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기업과 논의해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실시하면 전수조사보다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현행 제도상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는 경우 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찾고 회계개혁 성공과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열린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부감사 부담으로 기업활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인과 감독기관의 업무방식이 과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형화되지 않은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서 어려움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와 집행의 괴리를 소수의 관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고 범정부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활력 제고와 혁신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제도가 당초 취지에 따라 완성될 수 있도록 시장주체들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