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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이행저행] 키코조사 사각지대 "문닫으면 신고할까"

  • 송고 2019.03.15 14:13 | 수정 2019.03.15 14:13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신주식 금융증권부 금융팀장.ⓒEBN

신주식 금융증권부 금융팀장.ⓒEBN

10년전 불거진 이슈가 금감원장에 의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키코(KIKO, Knock-In Konco-Out) 사태의 분쟁 조정을 조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생금융상품인 키코는 환율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 변동하면 정해진 환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환율이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약정액의 2배 이상을 약정환율에 팔아야 한다.

은행들은 이 상품을 팔아 부족한 달러보유고를 채울 수 있는데다 환율이 상한선 이상으로 오를수록 수익이 급증하지만 반대의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되므로 리스크가 없다.

이와 같은 리스크에 대한 설명 없이 키코 상품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영업실적이 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급등에 따른 키코 손실로 인해 '흑자도산'에 내몰렸다.

지난 2012년 민병두 의원실과 언론에 따르면 키코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776개사, 부도를 맞거나 파산한 중소기업은 11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데 이어 대법원도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학자 시절 키코가 사기라며 금융당국에 재조사를 촉구했던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을 이끌면서 지난해 6월 합동전담반이 구성됐으며 4개 기업에 대한 키코 조사가 진행돼왔다.

지난해 12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8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토론회'에는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이 참석해 조선소의 피해를 주장했다.

문 전 회장은 "키코사태로 21세기조선이 38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조선소가 정상적인 영업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20년 이상을 운영해야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소조선소인 21세기조선 외에 다른 조선소에서 키코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를 공개한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척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해 건조하는 조선소들이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급등으로 인한 키코 피해금액이 21세기조선을 웃도는 조선소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현재 조업에 나서는 조선소들은 이를 공개하지 못한 채 채권단으로 들어선 은행들의 관리를 받고 있다.

조선소가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선가의 10% 수준인 선수금의 환급을 보증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를 금융권에서 발급받아 이를 발주처에 제시해야 한다.

금융권은 조선소의 파산 등으로 선박 건조가 불가능해질 경우 선박을 발주한 선사가 기지급한 선수금의 환급을 보장하는 대신 조선소로부터 수수료를 챙기고 조선소는 계약 체결과 함께 선박 건조에 나서게 된다.

선박 인도 전까지 RG는 부채로 잡히고 전체 계약비용의 10%만으로 선박 건조에 나설 수 없는 조선소는 대출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선업계의 부채비율이 다른 업계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키코사태는 조선소의 자금유동성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대부분의 중소조선소들이 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조선소에 대규모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은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 및 채권단으로 들어섰으며 키코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모든 중소조선소들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조선업계 호황기 당시 설비를 늘리고 방만경영이 이뤄졌다고 지적할 수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키코사태가 중소조선소들의 자금유동성 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금감원의 합동전담반 운영에 이어 박근혜 정부 시기 사법농단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키코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조선업계에서는 키코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이자 RG를 발급해주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는 은행이 취급하는 다양한 금융상품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고 특정 금융상품을 강제로 판매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당시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기대로 영업점을 찾아 키코상품에 대한 문의와 신청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RG 발급을 조건으로 한 '키코 꺾기'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신고 없이 조사에 나서는 것이 어렵다는 금감원의 입장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조선업계의 키코사태 조사는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금융피해 사실을 조사하려면 당사자가 이를 신고해야 하고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서류들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같은 근거 없이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고 제재를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기업 측에서는 억울하겠지만 현재 운영 중인 조선소가 키코 조사를 신청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문귀호 전 회장처럼 조선소가 문을 닫은 이후 억울함을 호소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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