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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서민금융①] 조선업 위축에…"대출 더 필요한데…"

주택·상가 공실 늘면서 지역경제 동반침체…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위기 가중
예금 줄고 대출계좌 증가 지속 "서울과 같은 규제 적용하는건 말도 안되는 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4-03 17:07

▲ 거제시 옥포동에 위치한 옥포국제시장 입구 전경. 옥포시장 인근은 금융회사를 비롯해 대형 카페 등이 밀집한 번화가이나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조선업이 침체되며 빈 상점도 많아졌다.ⓒEBN

"3년 전만 해도 오전에 대기표를 받아든 고객이 40명이 넘어서 한시간씩 줄서서 기다리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다리는 사람 자체가 없잖아요."

거제시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직원은 한산한 풍경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거제의 경제를 지탱하던 조선산업의 침체는 지역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거제시 인구는 24만9500명으로 25만명선이 무너지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특성상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및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는 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제에서 체감하는 인구감소는 더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1만2000명 이상의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들이 더 빠져나갔는데 가족들을 포함한다면 실질적으로는 5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조선업의 위축은 상권과 부동산의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곧 부채율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지난 2016년 '수주절벽'을 겪은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했으나 글로벌 선주들은 좀처럼 선박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3년 전에 비하면 나아진 수준이나 이와 같은 수준으로는 급격히 침체된 지역경기를 되살리는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상가 및 주택가격의 하락과 원룸의 공실률 증가는 굳이 통계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4층 건물의 원룸 중 2층까지 채운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며 이로 인해 보증금과 월세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때 70만원을 부르던 월세는 20만원까지 떨어졌으며 이마저도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겠다고 주장하면 공실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그냥 10만원만 내라고 임대인이 부탁하는 풍경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와 옥포시장, 카페를 비롯한 상가들이 몰려있는 거제시 옥포동은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의 1층 상가도 비어있는 곳이 많아졌으며 한때 7000만원에서 1억까지 부르던 권리금은 사라진 채 임대공고만 붙어 있다.

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는 "2~3년 전에 비해 매출이 약 30% 더 줄어들었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할텐데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상할 수 없는데다 점포를 내놔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고민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다보니 원룸이든 상가든 상관없이 임차인은 지속적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낮춰줄 것을 강요하고 있으며 건물을 비워두고 싶지 않은 임대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화된 대출규제는 가진 재산이라고는 집 한채 뿐인 노년층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거제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급하게 돈을 마련하려면 살고 있는 아파트라도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일정한 소득 없이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을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가 서울 부동산시장을 잡겠다고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을 내놨는데 이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때 2억5000이던 아파트가 지금은 1억 중반까지 떨어졌고 보증금 4000만원에 전세로 나온 매물도 있다"며 "수도권을 제외하고 10억이 아니라 5억 근처라도 하는 아파트가 어디 있다고 이런 규제 정책을 내놔서 60~70대 노인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해당 지역 시중은행들의 실적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비 2018년 예금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망 역시 어둡기만 한 상황이다. 예금이 줄어든 것에 비해 대출 증가폭은 크지 않았으나 대출 계좌는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총액이 많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2000만원, 심지어는 500만원 대출을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안내를 받아 신용보증재단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의 정책금융도 금방 고갈되기 때문에 언론 보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소액이라도 대출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의 위기론이 부각되면서 시중은행들도 특별출연 등을 통해 보증기관과 공동으로 협력업체 및 소상공인들을 위한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 금융권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출을 지원한 기업이 결국 어려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금융권의 부실채권으로 남게 된다.

경남은행의 경우 조선업, 특히 해양플랜트 시장의 침체로 부실채권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국내 조선업계가 경쟁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서면서 이와 관련한 협력업체들의 자금지원에 적극 나섰는데 국제유가 급락 이후 이들 업체가 부실화되면서 경남은행도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처음 해양플랜트 시장에 도전하면서 시행착오 등으로 인한 '수업료'를 많이 부담하게 된 것도 있지만 유가급락으로 수익성이 사라진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없게 된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인도를 거부하며 조선사들의 손실을 키운 부분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경남은행은 해양플랜트 관련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출이 많이 이뤄졌는데 이로 인한 부실채권도 많이 발생하게 됐다"며 "전체적으로 경남 일대 은행들의 부실채권도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