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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서민금융③-끝] 팔려가는 원청, 불안한 협력사

경기회복 아직인데…대우조선 매각 소식에 지역 일자리 우려 높아져
소상공인 체감경기 여전 "조선소 고용보장이 지역경제 살릴수 있나"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9-04-05 16:39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오늘 점심은 간만에 저기 김치찌개집에서 합시다. 거기 주인이 요즘 손님 너무 없다카던데 우리라도 가서 매출 올려줘야지."

거제에서 직원 6명을 두고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한다는 한 소상공인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앞서 걸어갔다. 지난해 건물주가 가게 임대료를 월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여주긴 했지만 이마저도 3개월 남짓 밀렸다는 A씨는 경기가 과연 살아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거제가 조선업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의 수주소식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초만 해도 긍정적이던 분위기가 이제는 그런 것 같지도 한다"는 A씨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팔릴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네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오는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노후 경유차에 적지않은 돈을 들여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설치하거나 환경부담금을 내는 것보다 연비와 성능이 좋은 새 차 구입을 고민하는 것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수백만달러를 들여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해 노후선박을 운영하는 대신 2020년을 앞두고 국내 조선사들에게 선박을 발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기대처럼 많은 선박이 발주되지 않았으며 오는 5월 열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는 시간부족 등 물리적인 요건을 이유로 선사들이 오염물질 배출규제 연기를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주절벽'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이후 아주동, 옥포동, 고현동 등 거제시 번화가는 저녁에도 음식점을 찾는 이들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3~4년 전만 해도 이들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동네는 저녁에 일찍 오지 못하면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빙빙 맴도는 차들이 흔하게 보였는데 이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통계상으로 거제 인구가 많이 줄어들진 않았을지 모르나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 원룸에서 지내며 출근하던 사람들은 수만명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소식은 이와 같은 분위기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상생을 강조하며 대우조선 직원의 인위적 감축이나 협력사들의 일감 배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거제 주민들은 지난 2016년과 같은 '수주절벽'이 다시 찾아온다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보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일감이 먼저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설립과 함께 성장해온 울산지역 기자재업체들이 고사하면 선박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주절벽 이후에 군산조선소는 굶더라도 울산은 일감을 채워야 한다는 논리가 있었다"며 "같은 이유로 또다시 수주절벽이라는 위기가 닥쳐오면 현대중공업이 울산을 살리기 위해 거제를 버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협력업체들 중 설계처럼 양쪽 조선소에 중복되는 업무를 영위하는 업체들의 위기감이 더욱 높다"며 "대체로 조선소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내협력사들보다 외부에 있는 협력사들이 조선사 합병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버려질 것이라는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거제를 비롯해 군산, 울산 동구, 통영, 창원 진해, 고성군, 전남 목포, 영암군 등 8개 지역에 대한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지역은 사업주 지원, 노동자 지원, 지역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지원정책을 좀 더 기대해볼 수 있으나 조선사 합병은 특정지역으로의 일감편중이라는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증기관에 대출을 신청하러 가는 소상공인들을 만나보면 지난해의 경우 10명이면 10명 모두가 매출이 줄었다고 대답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10명 중 한명 정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과 함께 경기침체가 바닥을 찍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경기회복은 기대감과 달리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인데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M&A 소식은 조선소 직원 여부를 떠나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대우조선과 함께 지역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거제시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대우조선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안감을 풀어주지 못할 뿐더러 대우조선의 고용보장이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한 지역주민은 "정부가 조선사 합병을 추진하면서 여당 측 거제 정치인들은 말을 아끼는 반면 보수성향인 지역구 의원은 대우조선 노조와 함께 머리띠를 두른채 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조선업계의 표심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다 보니 지역경제를 정치논리로만 접근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세금을 들여 대우조선을 되살린데 이어 대우조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면 거제지역 경제가 회복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퇴근 후 거제를 벗어나 부산에서 소비하는 이들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해서 내 삶도 나아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