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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앞에 무너진 안전

  • 송고 2019.04.19 10:39 | 수정 2019.04.19 14:56
  •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지난 17일 서울 길음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에서 발생한 불이었다.

불은 다행히 크게 번지지 않고 10여분 만에 꺼졌지만 소방차가 출동해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화재경보기도, 대피방송도 울리지 않아 많은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어딘가 개운치 않은 해명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경보기나 스프링쿨러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온도센서가 탑재된 화재경보시스템은 75도 이상에서 작동한다"며 "확인 결과 시스템은 정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잿빛 연기가 창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였지만 온도센서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불이었으니 큰 일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관리사무소의 설명은 고개를 더 갸웃하게 만들었다. 관리소 측은 "불이 난 것은 아니고 연기가 좀 났을 뿐"이라며 "화재경보나 대피방송도 제대로 나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출동한 소방서 관계자와 삼성물산 측은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주자들 내부에서는 관리사무소의 대응에 대한 질타와 시공사에 대한 성토, 소방시설 재점검에 대한 요구 등이 빗발쳤다.

당시 제보를 받은 기자도 팩트에 입각해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기사가 나간지 불과 10여분도 되지 않아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전화와 메일을 받았다.

"기자님이 불이 난 집 주인이라고 생각해 보셨습니까?"

"기사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있다는 건 파악 되시나요?"

아파트 관리부실 문제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던 입주민들이 이를 지적한 기사에 되레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복병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이들에겐 큰 불이 날 뻔한 이웃의 불행도, 그 불이 나에게 닥칠 수도 있었다는 아찔함도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일이 공개돼서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었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아파트 명성에 흠이 가더라도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목소리 앞에서는 무력했다.

대체 언제까지 안전 보다 집값이 우선인 세상이 계속될지 두렵다. 이 날은 세월호 5주기가 불과 하루 지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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