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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보다 뜨거운 무순위청약…"밑져야 본전"

청약조건 강화, 대출규제 등으로 미계약 속출…무순위청약 틈새시장 떠올라
가점 낮은 무주택자, 집 있는 유주택자 노려볼만…"현금부자만 유리" 지적도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9-04-19 14:13

▲ '방배그랑자이' 분양설명회에 몰린 예비청약자들. ⓒGS건설

정부의 청약조건 강화로 올 들어 신규 분양아파트의 미계약 사례가 속출하자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인기 아파트는 1순위 청약보다 무순위가 더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자 최근에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자격제한이 거의 없는데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미계약 우려를 덜 수 있어 청약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인기 아파트는 비싼 분양가와 높은 대출문턱이 장벽으로 작용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실수요자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174가구 미계약분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 3구역 재개발 단지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무순위 분양에 총 5835건이 접수가 몰려 평균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분양가가 3.3㎡당 2469만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로 미계약자가 다수 쏟아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쟁률은 의외"라고 말했다.

무순위 청약의 이같은 인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분양된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0대 1 수준이었으나 26가구 미계약 세대의 무순위 청약에는 2만3000여명이 몰리며 무려 893.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지난 2월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분양한 '남산자이하늘채'는 미계약분 44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에 2만3000여명이 지원해 605.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주체가 입주자모집공고 후 미분양, 미계약 등이 발생하는 물량에 대해 선착순 혹은 추첨으로 분양신청을 받는 제도다.

청약제도 개편 이후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많아지면서 부적격 세대와 미계약 세대분이 증가하자 무순위 청약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1순위에서 수십대 1, 최고 수백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보였던 인기단지에서 조차 무순위 청약이 당연시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 아파트 청약을 하려면 1순위 청약통장과 높은 청약가점이 있어야 하지만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나 가점 등이 필요없고 만 19세 이상의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또 부적격 세대로 분류되는 청약 재당첨 제한도 없으며 세대주 및 거주지역 기준도 유연하게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정도 자금만 있으면 1순위 당첨이 사실상 어려운 수요자 입장에선 입지 좋은 곳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에는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청약접수 전 미계약에 대비해 사전예약을 받는 제도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1순위 청약에 앞서 이틀 동안 진행되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 가능하다.

지난달 성남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위례 포레스트 사랑으로 부영'은 사전 무순위청약에 총 공급가구수(556가구)보다 4배 넘는 수요가 몰렸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가 처음으로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가운데 1만4000여건의 신청이 접수되며 흥행했다.

아울러 이달 강남권에서 분양되는 '방배그랑자이'도 사전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청약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수요자나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청약 기회가 없는 유주택자라면 무순위 청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강남과 같은 인기지역은 비싼 분양가와 대출규제 영향으로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자금력이 좋은 현금부자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 강남3구에서 분양되는 약 7500가구가 대부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9억원 이상의 단지들"이라며 "이에 미계약 물건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살 수 있는 것은 결국 현금부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