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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내주고 후불기능까지 나눠줄 판…카드업계 '부글부글'

정부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30만~50만원 소액 신용기능 허용"
카드사 "리스크 관리 요구하더니…페이업체들이 노하우 있나"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9-04-20 06:00

▲ 정부는 최근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30만~50만원 한도의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했다.ⓒ픽사베이

금융정책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카드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카드수수료를 사실상 제로화해 수익성이 급감한 데다 신용카드업 라이선스가 있어야 할 수 있었던 후불결제 기능을 페이업체에도 부여한다는 방침까지 이어지면서다.

정부는 최근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30만~50만원 한도의 소액 신용기능을 허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9억명 이용자 보유한 중국 알리페이에도 없는 서비스다.

20일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고객수 2300만명에 50만원을 곱하면 11조원이 넘는다"며 "카드사 여신은 총량규제로 묶으면서 페이업체, 그 중 카카오페이만 따져도 시장에 11조원이 풀리는 정책이 합당한가"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비롯해 은행권 공동 결제시스템(오픈뱅킹) 허용, 200만원인 선불충전 한도 최대 500만원 상향 등 간편결제 시장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로써 간편결제를 전체 지급결제 시장의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카드사로선 고유의 기능을 나눠줘야 하는 셈이다. 경쟁업체가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다. 여신전문금융업 가운데서도 신용카드업은 허가업종에 속한다.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한 기업이 발급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를 가져야 후불결제 기능이 가능했었지만 이런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커지는 볼륨에 정부의 '푸시'까지 받으며 나날이 성장세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결제 전체 이용액은 80조1453억원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198%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전체 이용액(50조510억원)과 견줘보면 60.1% 성장했다.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등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금액이 은행이나 카드사보다 많았다.

현재는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신용카드사망을 거쳐 결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독자적 결제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용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에 리스크 관리 역량을 요구해왔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핀테크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카드사 고유 영역을 쉽게 나눠준 것은 이 같은 논리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관리 노하우가 신용관리 능력 30~40년 쌓아온 카드사에게 있겠나, 아니면 신생기인 페이업체들에게 있겠나"라며 "금융당국이 규제로 묶을 줄만 알지 풀 줄을 모른다"라고 비판했다.

올 1월 말부터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절감하겠다며 시행한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업계의 수익은 연간 8000억원 규모 감소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속 하락 추세다. 8개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은 지난 2015년 2.33%에서 지난해 1.28%까지 내려갔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카드사 수익 감소를 보전해준다며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신사업으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 신용평가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에 그쳐 수익 감소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한 카드사 마이데이터 사업과 신용평가업도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가능한 만큼 단기간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에 제시한 핵심 요구안인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전체 자산 비중) 확대, 휴면카드 해지 기준 완화는 수용이 이뤄지지 않거나 구체적인 답변이 없는 실정이다. 카드업계 노동자들은 이들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5월말 이후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 공언한 상태다. 카드사 수익 감소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을 맞춰야 하는 게 기업의 의무인데 현재 대다수 카드사들이 한계치에 육박해 있는 레버리지비율의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맞출 수가 없다"며 "카드사들의 진짜 위기"라고 강조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관련 기업은 후불 시장 진출, 교통카드 시장 진출은 물론 선불 충전금액 확대 등으로 인해 금융플랫폼사업자로의 진화도 가능할 것"이라며 "신용카드사와 은행은 핀테크 결제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