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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하락에도 은행 공급 줄일 듯…왜

주택가 급락에 대출 금리 하락에 수요 폭발 예상되는데…은행은 "여건 안된다"
저원가성 예금·요구불 예금 등 21조 이탈…연체율도 6년만에 전년 대비 상승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5-17 10:44

▲ 장기 시장금리 하락과 코픽스 하락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가 줄 인하를 보이고, 부동산 매매거래 급감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예상되는 전세가 하락에 대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은행은 가계 대출에 대한 공급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연합

장기 시장금리 하락과 코픽스 하락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가 줄줄이 내려가는 추세다. 여기에 6월부터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서 급매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스레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조짐이다.

그런데 은행은 가계 대출에 대한 공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가격(대출금리)이 낮아지고, 수요는 급증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통상적인 수요공급에 반하는 행태가 연출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가에서는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하면서 은행의 유동성이 나빠지고 있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에 따라 시중은행의 연체율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으로 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승세를 이어가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하락 전환하는 등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이날부터 적용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0.09%포인트 내렸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연 3.39~4.64%에서 연 3.30~4.55%로 내렸고, 국민은행도 전날 연 3.16~4.66%에서 연 3.07~4.57%로, 우리은행은 연 3.34~4.34%에서 연 3.25∼4.25%, 농협은행은 연 2.93~4.43%였던 것을 연 2.84~4.34%로 낮췄다.

고정금리 주담대는 역대 최저로 하락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이번주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69~4.19%였다. 이는 지난주와 비교해 0.02%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고정 금리보다는 최저 0.3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이날 주담대 고정금리는 3.07~4.08%로 변동금리(3.30~4.55%)보다 0.47%포인트 낮은 수치다. 우리은행은 2.93~3.93%로 변동금리와는 0.41%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농협은행은 2.73~4.13%로 0.3%포인트 폭으로 낮았다.

대출금리 하락세에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6월부터 예견되는 주택가격 급락에 따라 입주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수요는 추가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4~5월 입주물량 감소이후 전세가격 호가가 상승했지만, 매수 수요 부진으로 매매 거래가 급감하면서 6월부터는 급매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추가로 늘어나는 서울의 미 거주 아파트 수는 3만5000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 거주 아파트가 증가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주택을 매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경매시장 매각가율 하락도 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평균 경매가율은 87.6%로 전년 동기 대비 18.7%포인트 하락했다. 경매시장은 실세 가격을 반영하는 대표적 시장 중 하나다.

이처럼 주택가격 하락과 급매 증가 전망에 대출금리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조달 측면의 상대적 비용증가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공급량은 그만큼 늘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13조6000억원 감소했다. 실세요구불 예금은 2조8000억원, 총 예금은 5조5000억원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전달인 3월에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원가성 예금의 경우 조달금리가 0%대로 낮아 은행들의 대출 재원으로 사용되는데,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재원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대출 원가가 높아져서 은행들이 보수적인 대출 형태로 바뀐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감소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개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잔액 자체가 줄어들거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은행별로 우리은행의 MMDA(시장 금리부 수시 입출금식예금)를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116조1341억원으로 1년전 119조6874억원에서 3조5533억원 줄었다. 농협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말 90조9534억원으로 1년전보다 1조7234억원 감소했다.

신한·국민·하나 등 나머지 은행은 요구불예금 잔액 자체가 줄진 않았지만 비중은 축소됐다.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 비중은 2017년말 40.3%에서 지난해말 37.1%로 3.2%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9.3%에서 36.7%로, 신한은행은 37.2%에서 36.0%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출 영업에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지난해 같은 기간(0.42%)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전년 동월 대비로 상승한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3월말 가계대출 연체율(0.84%)도 전년 말(0.75%) 대비 0.09%포인트, 지난해 3월말(0.77%)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카드·신협·캐피탈 등 비은행의 가계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과 지방 경기 위축 여파로 제2금융권 연체율이 급등한 영향이 시중은행까지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업권별로는 상호금융(1.57%)과 여전업권(3.15%)이 각각 0.19%포인트, 0.34%포인트 올라 상승세가 가팔랐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하면서 은행의 유동성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가계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의 대출태도 보수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종합검사 실시 등에 따른 구조조정 영향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