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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제로' 르노삼성···"이러다가는 수입차 딜러 전락"

21일 2.2% 차 최종 부결…'생산절벽'에 한걸음 더
노조 "전면파업도 검토"… 사측 "노조 입장 지켜보겠다"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등록 : 2019-05-22 10:56

▲ 부분파업으로 멈춰있는 부산공장 모습 ⓒ르노삼성

1년여만 잠정 합의된 임단협이 부결되면서 르노삼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르노삼성 노사에 따르면 전날 총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찬성 47.8%(1023명), 반대 51.8%(1109명)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A/S직(정비직)으로 구성된 영업지부 근로자들이었다. 영업지부 근로자 가운데 34.4%(152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복수노조인 르노삼성의 이번 투표에서 기업노조의 경우 역대 최대 찬성률인 52.2%(868명, 노조 출범 이후 1차 투표결과)를 기록했고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지회는 반대 91.9%(34명)로, 모두 예상 범위 안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영업직 근로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불과 48표(2.2%) 차이로 합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 지난 21일 진행된 잠정합의안 노조 투표 결과 ⓒ르노삼성 노조

그간 핵심 쟁점이었던 작업 전환배치에 대한 노조 합의 권한 문제가 가장 큰 부결 이유로 꼽힌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기본급을 동결했으면 전환배치나 외주화 합의 문제에서 더 얻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르노삼성 노사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 동결 △그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 지급 △성과보상금 총 1076만원 지급 △근무 강도 개선을 위한 60명 인력 채용 등이 담겼다.

쟁점이었던 전환배치 문제는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단체협상 문구에 반영한다'고 합의했다. 그간 노조는 작업 외주화 문제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사측은 경영권·인사권 침해라며 맞서 왔다.

이는 관련 절차를 도입하고 이를 단협에 명시함으로써 '협의' 과정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결국 2.2% 차이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11개월만에 합의한 임단협이 최종 부결되면서 르노삼성의 미래는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당장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연 10만대) 후속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르노 그룹은 당초 내년 출시 예정인 크로스오버 SUV XM3의 수출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자 부산공장보다 생산비용이 낮은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으로 전환을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의 생산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태다. 생산절벽으로 이달 초에 이어 추가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이 발생할 수 있고, 앞으로 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상태가 이어지고 내수 실적마저 악화될 경우 구조조정이 들이닥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그룹 본사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던 노조가 이번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이제 공장 존립마저 위협받게 됐다"며 "이대로라면 르노삼성은 수입차 딜러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해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사측에 재협상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전면파업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일단 노조의 입장을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