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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환투자와 웰빙…정보의 차이

김채린 기자 (zmf007@ebn.co.kr)

등록 : 2019-05-23 16:42

▲ 김채린 기자/금융증권부
십수년전부터 대한민국에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었다.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추구 방식이다. '웰빙=참살이'의 눈에 띄는 적용례는 음식이었다. 건강한 음식을 원하는, 최소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식당내 식재료의 원산지가 표기되기 시작했다. 소소하게는 편의점 과자, 라면도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원재료가 무엇인지, 칼로리는 얼마인지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공개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딱히 웰빙을 추구하지 않는 이들도 자신의 먹거리에 대한 정보는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작은 글씨를 꼼꼼히 읽어보는 수고 정도면 충분했다. 이 먹거리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결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 상품들은 먹거리에 비해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여겨져서일까. 투자자들은 재테크시에 음식을 고를 때만큼의 꼼꼼한 정보를 금융회사에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금융사도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다고 하긴 했는데 공부를 더하고 덤빌 걸 그랬나봐요"

최근 목돈을 굴려보겠다며 환테크에 뛰어든 한 주부의 탄식이다. 이른바 '초보 환테커'인 박씨(30대, 여)는 얼마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원달러 환율 상승 소식에 환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커뮤니티, 주변 지인, 책, 강의, 재무상담 등을 통해서 환테크를 공부하고 시중은행에서 달러RP 상품에 가입했다. 금리는 3%, 가입기한은 1년, 투자 금액은 2000만원.

그런데 투자 시작과 동시에 40만원의 손실이 났다. 환율이 10원 떨어졌기 때문이다. 손실은 있을 수도 있는데, 문제는 박 씨의 계산 보다 손실폭이 더 컸다. 박씨는 왜 투자 시작과 동시에 손실이 났는지, 손실폭은 왜 상이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품 가입시 이렇다 할 자세한 안내가 없었다지만 환테크를 위한 공부도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문제는 환율에 있었다. 정확히는 투자 상품의 환율 적용 방식이다. 환율은 국가 간의 화폐 교환 비율을 말한다. 각 국의 경제 사정, 국제 경기 흐름에 기인하는 환율에 특성상 환율은 매일 바뀐다.

박씨가 달러RP 상품에 가입할때는 송금 당시 환율이 적용돼 상품에 가입한다. 투자 상품에 입금이 완료된 뒤에는 현재 환율에 따른 시세와 송금 당시 환율이 비교되면서 수익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상품을 해지할 때는 송금 받는 시점의 환율을 적용한다. 쉽게 말해 같은 돈임에도 불구하고 입금할 때 1만원의 가치와 출금할 때 1만원의 가치가 상이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수수료도 붙는다. 달러RP 상품에 가입했을 때 환율이 떨어지면 환율이 떨어진 만큼 손해를 보고 수수료도 내게 된다. 만약 해지시 환율이 더 떨어졌다면 손실은 확대된다.

또 만기시 달러 수령이 가능하다면 차후 환테크를 위해 달러를 묵혀둘 순 있지만 만기시 원화 수령만 가능하다면 손실폭은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상품 가입 당시에는 환율 적용에 따른 가치의 차이와 같은 투자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 걸까.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상품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접근하기 어려워한다. 부딪혀 보지 않아 생소한 탓에 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금전을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적절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두려운 것은 아닐까. 질적으로도 풍요로운 투자 환경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