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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규제 본격화…후분양 나비효과 불러올까

상아2차, 과천 주공1단지 등 후분양 도입…향후 2~3년 분양절벽 우려
전문가들 "대기수요 기축으로 쏠리면 집값 다시 오를수도"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등록 : 2019-06-25 13:51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4일부터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나서자 강남권을 중심으로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이던 단지들이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에 따른 공급지연으로 대기수요가 기존 아파트로 쏠리면서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고분양가 규제에 따른 후분양 전환이 몰고올 후폭풍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가 강화된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24일부터 적용하고 나선 가운데 서울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등 정비사업장들이 후분양으로 공급 방향을 돌리고 있다.

바뀐 심사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선분양하는 단지들은 분양가격을 직전 분양가 대비 105%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1년 이내 분양은 종전 분양가의 100% 이내, 1년 초과 분양의 경우 105% 이내, 주변시세의 100% 이내 등으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이에 강남 등 시세 상승률이 높은 재건축 단지들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신규 분양가격을 직전 분양가와 동등하거나 이하 가격으로 산정해야 할 경우 과거 110% 대비 수익성이 둔화될 수 밖에 없는데다 이들 단지는 주변 시세와 HUG가 제시한 상한 분양가 간 격차도 큰 상황이다.

이에 금융비용 등이 더 들더라도 후분양이 선분양보다 낫다고 판단한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일정을 연기하고 후분양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 분양지연 및 후분양 전환 단지. ⓒKTB투자증권

이같은 움직임은 강남, 여의도, 과천 등 흥행이 확실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과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후분양을 확정했다.

상아2차 재건축의 경우 조합측은 3.3㎡당 4700만원대 분양가를 주장했지만 HUG는 지난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3.3㎡당 4569만원) 수준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 상아2차 주변시세가 3.3㎡당 600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분양가와 시세 격차가 커지자 조합원들은 결국 후분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 주공1단지 또한 공정률 80%를 넘어서는 오는 11월 말 이후 일반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조합은 HUG에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HUG는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했다.

최근 아파트 평당 시세가 4000만원을 돌파한 과천은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집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밖에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 둔촌 주공 재건축 등 후분양을 검토하는 정비사업장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김선미 KTB증권 연구원은 "후분양으로 전환 시 공사비 등 자금조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분양가 상승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분양성이 높은 단지일 수록 후분양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후분양으로 인해 향후 2~3년 동안 벌어질 분양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미 계획된 분양마저 미뤄지면서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급은 충분하다'며 투기수요 차단에만 집중하던 정부가 최근 정책방향을 선회해 3기 신도시 등을 통한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서울 외곽지역인 만큼 도심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신축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반면 공급은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대비 2010년대 연평균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이 약 45% 감소한데다 서울 내 신축 5년 이내 아파트도 희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5년 35만4460호였던 5년 이내 신축아파트는 2017년 18만1214만호로 20여년 동안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분양을 기다리던 대기수요와 후분양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지어진지 얼마 안된 기축 아파트로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값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이 본격화되면 기존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 아파트들의 매매가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대기수요의 기축 쏠림에 따른 후분양 나비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