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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연속 현대중공업 노조, 위기 자초하나

연이은 투쟁에 조합비 잔고 털털…사측 손배소에 투쟁동력 저하
조합비 인상도 무산…내부서도 결과 두고 의견 충돌 파열음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등록 : 2019-07-26 10:20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5월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 한마음회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EBN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속된 악재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측은 법인분할 주주총회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 측에 가압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며 노조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노조 운영의 원동력이던 노동조합비 잔고는 지속된 파업투쟁 등으로 인해 잔고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보전하기 위한 조합비 인상도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노조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법인분할 주주총회 저지 과정에서 주총장 점거 및 생산 방해의 책임을 물어 노조에 9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연이은 파업투쟁으로 조합비 잔고 위기에 빠진 노조는 회사의 강경조치로 인해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법원은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재산 이동이나 사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와 간부 조합원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 가압류를 승인했다. 또 법원의 주총 방해 행위를 금지 결정을 어긴 것에 대해 1억500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

노조의 조합비 잔액은 올해 6월 기준 134억원으로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파업 일수가 늘어나며 이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파업 일수가 상반기에만 27회로 지난해 21회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보전액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노조의 부담도 클 전망이다.

조합비 보전 및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합비 인상도 순탄치 않다. 인상 폭이 크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반발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지금보다 조합비를 70% 이상 인상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의결 기준인 66.66%의 찬성을 높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

노조의 걱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속된 파업으로 파업 참여 인원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노조 내부에서는 분란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게시판에서는 "대의원도 어용이 아니냐"며 "무기명 대의원 투표를 믿을 수 없으니 총회를 개최해 투표를 다시하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반면 한편에서는 "투표가 부결됐다고 무조건 어용이라고 단정 짓지 말라"며 "노조비를 더 내고 싶으면 자발적으로 내라"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지속된 파업으로 인해 파업 참여 숫자도 파업 초기에 비해 급감했다. 지난 18일 진행된 민주노총 총파업 때는 1만460명 노조원 가운데 1000여명만이 파업에 동참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측에서 압박 강도를 강화하며 노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 반해 노조는 오랜 파업으로 인해 지쳐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강경태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