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원대 라면 전쟁…위축된 소비 역발상 공략

  • 송고 2019.09.16 06:00
  • 수정 2019.09.14 20:16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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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 유통PB 대응 제품

1∼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5%

점유율 방어 목적..해외진출 강화 필요

농심 해피라면, 오뚜기 오!라면.

농심 해피라면, 오뚜기 오!라면.

라면업계가 한봉지 400원대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저가 시장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가 라면은 경기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활용한 저가 마케팅의 일환인 측면이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 진출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6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가 나란이 저가 라면 제품을 출시하며 유통업계의 PB 상품 대응과 함께 가성비를 요구하는 고객 잡기에 나섰다.

최근 오뚜기는 4개 들이 한 팩에 1850원짜리(대형마트 기준) ‘오!라면’을 출시했다. 한 봉지에 463원인 셈이다.

오뚜기는 오!라면이 가성비가 높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회사 측은 "최근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재 시장 내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가성비 제품’들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오!라면은 가장 기본적인 라면의 맛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성비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사실 오뚜기는 대표적 가성비 라면 제품을 갖고 있었다. 오뚜기의 대표 라면인 진라면은 10년째 가격이 동결되며, 농심의 신라면 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대로 책정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할인가 기준으로는 봉지당 550원 수준.

오뚜기가 진라면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한 이유는 저가 라면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달 말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했다. 해피라면의 가격은 대형마트 할인가 기준 봉지당 550원 가량. 뉴트로 제품인 해피라면은 출시 20일 만에 750만개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라면 저가 전쟁은 유통업계의 PB(자체제품)에서 시작됐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팔도라면과 협업으로 봉지당 550원의 민생라면을 출시했다. 현재는 400원에 못미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민생라면이 인기를 끌자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삼양라면과 협업으로 삼양국민라면을 출시했다. 봉지당 가격은 400원 수준.

저가 라면의 인기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적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라면이 다른 식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저가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방식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를 기록했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의미한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을 기록했다. 지수는 지난 4월 102를 고점으로 줄곧 하락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지수의 표준화구간은 2003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이며, 소비자심리지수 100은 2003년 1월부터 2015년까지의 장기평균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봉지당 600~700원 가격대도 높은 수준이 아닌데, 400원대는 정말 수익 없이 판매하는 것이다. 단지 유통업계 PB 상품에 대응해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출시하는 경향이 크다"며 "프리미엄 제품 출시나 해외 진출을 통해 실적을 만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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