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변경의 프리즘] 'L자형 침체' 오프라인 유통업의 미래

  • 송고 2019.10.02 14:40
  • 수정 2019.10.02 14:42
  •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 url
    복사

ⓒ

'2019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91'.

RBSI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기업활동과 경기 동향 등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예측을 종합해 지수화한 지표다. 기준치(100)를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올 4분기도 유통업체들의 경기 전망은 어둡다.

특히 같은 유통업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은 상황이 좋지 않다. 올 4분기 온라인은 긍정적 전망이 이어졌지만, 오프라인의 경우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분기 대형마트(81), 편의점(78), 슈퍼마켓(75)의 RBSI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과거 정부로부터 이어져 온 규제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소비자 패턴 변화 등이 누적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유통업계가 시도하지 않았던'이라는 문구까지 붙여가며 오프라인 매장에 집객을 위한 시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는 1일부터 선착순 8000명을 대상으로 최신 인기 가전제품 구매시 카드 할부로 일정한 쇼핑 금액을 달성하면, 다음달 해당 제품의 월 할부금을 통째로 캐시백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또 편의점 GS25는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및 주차 스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오프라인 유통은 뚜렷한 해답을 얻지 못한 모양새다. 유통업계 트렌드가 온라인 채널로 옮겨갔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유통업체들은 아직도 온라인 전략이 취약하다.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롯데(롯데e커머스사업본부)와 신세계(SSG닷컴)도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지만 보수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점포로 소비자를 끌어오는 전략 뿐만 아니라 온라인 채널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2014년 2분기 이후 길어지고 있는 'L자형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 L자형 침체란 저점을 찍은 후에도 회복할 기미없이 저점 상태에 장시간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례로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아마존과의 대결 구도에서 찾은 생존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마트는 온라인이 가지지 못한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해 리모델링을 하고 기존 매장을 입지에 맞게 바꾸는 혁신을 추구했다. 실제 미국 월마트는 슈퍼센터, 디스카운트 스토어, 네이버후드 마켓 등 총 3가지 형태의 매장을 구현했다. 이 가운데 드럭스토어 기능이 결합된 네이버후드 마켓은 소비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도입 10년도 안 돼 800여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 사례는 결국 온라인 채널의 한계를 오프라인 유통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단발성의 이벤트와 마케팅보다는 글로벌 유통 사업자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온라인 강화에 나설 시점이다. 과거 경제 호황을 운운하며 대형마트 점포 수가 300여개까지 늘어났던 활황기를 그리워 할 시간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올 소비자들을 맞이할 그 때를 대비할 때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