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신용법, 대부·추심업계 합의 이끌어내겠다"

  • 송고 2019.10.08 13:32
  • 수정 2019.10.08 13:42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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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적인 시효연장·추심 제재방침…관련업계 실적악화 우려

"추심업계 겸업허용 추진" T/F 논의 통해 상생 해법 마련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내년 하반기 국회 제출을 목표로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TF 논의에서 대부업계 및 추심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신용법이 과도한 추심이나 무조건적인 소멸시효 연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만큼 이로 인해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관련업계에 대한 대응책도 충분히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당국과 신용회복위원회, 신용정보원, 자산관리공사, 6인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T/F는 내년 하반기 기존 대부업법을 확대개편한 소비자신용법의 국회 제출을 목표로 T/F를 운영하게 된다.

대출에 관한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소비자신용법은 연체 이후 과도해지는 상환부담과 추심을 완화함으로써 채무자의 재기 및 금융회사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금융회사는 대출금 연체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기한의 이익을 상실처리하는데 이로 인해 채무자는 대출잔액 전부에 대한 상환의무가 발생하고 미상환시 대출잔액에 대해 연체이자율이 적용된다.

미회수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나 소멸시효 완성을 앞두고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함으로써 소멸시효는 최장 15년까지 연장되고 금융회사가 매각한 부실채권은 추심업자(대부업자)·자산관리자 등이 인수해 불법적인 추심까지 진행함으로써 채무자의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0개 채권추심업체의 빚독촉은 20만8000건이며 이 중 전자소송을 이용한 빚독촉은 20만7000건에 달했다.

전자소송을 이용한 빚독촉은 지난 2017년 1조1868억원, 2018년 1조4554억원, 올해 상반기는 8155억원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전자소송시스템은 채무관계로 인한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마련됐으나 5년의 소멸시효 완성을 앞둔 채권의 시효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됐다.

금융당국도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채무자의 상환능력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추심강도와 상환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채무자의 상환의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스스로 소비자보호 책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인 '유인구조'를 설계한다.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대등한 당사자로서 협상을 통해 자율적 대안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추심정도와 수준에 대한 기준을 정해 과도한 추심경향을 완화시킴으로써 상생이 가능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추심위탁·채권매각 등에 따른 추심주체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원채권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를 위한 관리책임을 지속·강화해 채권추심 시장의 규율을 강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가 길어질수록 회수율이 낮아지고 실제 원금범위 내에서 회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며 "배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금융회사 직원이 무조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데 소비자신용법에서 소멸시효 완성관행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채무상환과 추심부담을 줄이고 채무자의 재기 및 채권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소비자신용법의 취지이긴 하나 이로 인해 대부·추심업계의 실적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기조 장기화와 정부의 고금리대출 억제정책 등으로 인해 대부업계의 리스크관리비용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겸업이 금지된 추심업계는 원채권자로부터 매입한 채권에 대해서도 금융회사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일방적인 금지·제한이나 일률적인 규제가 아닌 채권자·채무자간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나 소비자신용법 제정이 추진됨에 따라 대부·추심업계도 향후 사업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T/F 운영 과정에서 '채무조정서비스업' 도입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의 경우 추심업체가 채무조정서비스업을 겸영하는 사례가 많으나 국내에서는 추심업체의 겸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에 나서거나 강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가급적 많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선진국 수준의 소비자신용 규율을 마련한다는데 목적이 있다"며 "금융회사 뿐 아니라 대부·추심업계의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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