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규제 임박 해운업계, 생존 키워드 ‘덩치 키우기’

  • 송고 2019.10.31 10:20
  • 수정 2019.10.31 11:00
  •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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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항로 등 선박 대형화 가속

해운업계, 탈황설비 설치 및 저유황유 확보 노력

현대상선이 보유한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셜 리더호.ⓒ현대상선

현대상선이 보유한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셜 리더호.ⓒ현대상선

해운업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속도 경쟁이 화두였다면 규모의 경쟁과 친환경이 기본옵션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대 확장을 적극 모색 중인 가운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해양 환경규제에도 대비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 이에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은 선제적으로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되는 컨테이너선(이하 컨선)의 평균 크기는 지난 2005년 6000TEU급에서 올해 1만6000TEU급으로 3배 가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파나마 운하 및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미국 동·서안으로 가는 컨선도 두배 이상 커졌으며 지중해 항로 또한 3배 이상 늘었다.

해운사들이 선박 크기를 키우는 이유는 해운업의 추세가 속도 경쟁에서 규모의 경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빠르게 화물을 실어 나르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한번에 최대한 많은 양의 화물을 운송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8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초대형 컨선 20척을 발주했다. 이 중 2만3000TEU급 12척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유럽 등지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만 해운사인 에버그린과 스위스 MSC 등 글로벌 해운선사들도 2만3000TEU급 선박을 발주했거나 이미 선박을 인도받아 항로에 투입하는 등 규모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해운사들이 규모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대비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니온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선박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추는 것)를 해운업계의 시장 판도를 바꿀 관건으로 꼽고 있다. 누가 얼마나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느냐에 따라 해운업의 주도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은 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다른 해운사들보다 한발 앞서 환경규제애 대비해 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발주한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했다. 스크러버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해수를 쏴 농도를 낮추는 설비다. 특히 다른 해운사들이 대비책 마련에 고심할때 선제적으로 스크러버 설치를 결정해 적절한 시기에 선박 투입이 가능하다.

또 선박에 액화천연가스(LNG) 레디(향후 LNG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만든 선박) 디자인을 적용해 미래도 대비했다.

SM상선은 저유황유 사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저유황유는 스크러버와 같은 초기 설치비용은 없지만 수요 증대에 따른 공급 불안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해운업계는 이와 관련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시작되면 해운업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우 선제적인 대응으로 적절한 시기에 신조선 투입이 가능해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유황유의 경우 초기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수급이나 비용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나 이를 잘 대비한다면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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