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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홍역 치룬 K-바이오, 재도약 발판 '분주'

신라젠·헬릭스미스, 미국서 추가 임상 진행
에이치엘비, 인수 통해 파이프라인 추가

동지훈 기자 (jeehoon@ebn.co.kr)

등록 : 2020-02-27 10:35

지난해 미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물 혼용 등으로 홍역을 치룬 국내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 기업들이 다시 임상에 나서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조언을 내놓는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헬릭스미스, 에이치엘비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연이어 미국에서 임상을 재개하는 등 명예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 기업 중 가장 먼저 암초를 만난 곳은 신라젠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8월 이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무용성 평과 결과 미팅을 진행한 끝에 임상 중단 권고를 받은 바 있다.

펙사벡은 항암바이러스를 기전으로 가진 신약 후보물질로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우두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한다. 임상 2a상에선 간암 말기 환자 30명 중 2명의 간암세포를 완전 관해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상 중단 권고는 임상 3상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이 원인이었다.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에선 190명의 환자가 사망한 바 있다.

신라젠은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펙사벡 임상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당 임상은 현재 한국과 미국, 호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신라젠은 미국 국립암센터 주도로 대장암 환자에게 '임핀지'와 펙사벡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지난해 9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 임상3-1상에서 약물 혼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결과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임상 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위약과 VM202가 섞여서 투약돼 치료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헬릭스미스는 자체 조사를 통해 논란 5개월 만에 약물 혼용이 없었으며, 임상대행기관(CRO)으로부터 임상 운영 및 관리상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결론지었다.

임상 시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한 뒤 혈액을 채취하고, 여러 CRO가 혈액 분석을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1상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연내에는 3-2상을 진행해 앞선 임상에서 확인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에이치엘비는 자회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미국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서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은 의미있는 수치를 보였으나, 전체 생존율(OS)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상의사들로 구성된 과학자문위원회는 신약 허가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이치엘비 측은 세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PFS와 OS 데이터 외 부분에서 임상학적으로 의미 있는 다수의 지표가 확인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엘리바는 지난해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 참가해 객관적 반응률(ORR)과 질병통제율(DCR)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에이치엘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리보세라닙 투약군과 위약군의 ORR은 각각 6.9%와 0%, DCR은 42.49%, 13.1%로 나타났다.

리보세라닙의 임상학적 데이터 유의미성을 확인한 에이치엘비는 지난 19일 미국계 바이오 기업 이뮤노믹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이뮤토믹테라퓨틱스는 면역치료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레르기 치료제와 항암치료제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이뮤노믹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이 10여개로 증가하게 됐다.

향후 에이치엘비는 이뮤노믹테라퓨틱스 인수로 추가된 파이프라인을 활용, 미국 내 임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6월 미국 종양학회(ASCO)에 참가해 리보세라닙과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를 병용 투여한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실패 문턱까지 갔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잇따른 미국 진출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모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성적표가 좋지 않았는데 미국에서 다시금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논란을 잠재우고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보다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