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영광의 2016년 재현할까…"관건은 코로나19"

  • 송고 2020.03.12 06:00
  • 수정 2020.03.12 08:49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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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유가 20달러로 붕괴

정제마진 상승, 수요 증가로 최고 실적

IEA "올해 수요 하루 110만배럴 감소"

코로나19 얼마나 빨리 제압하느냐 관건

ⓒI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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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초반대로 폭락하기는 2016년 초반 이후 4년만이다. 당시 정유업계는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정제마진 증가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정유업계는 2016년과 같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까? 관건은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종식돼 수요가 되살아나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불과 일주일 만에 30% 가량 급락하며 배럴당 50달러에서 30달러 초반대로 내려 앉았다.

중동 두바이유(Dubai) 가격은 2일 50.58달러에서 10일 34.18달러로, 같은 기간 영국 브렌트유(Brent)는 51.9달러에서 37.22달러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75달러에서 34.36달러로 하락했다.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불발이 도화선이 됐다.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은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자 하루 15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자는 합의에 이르는듯 했다. 하지만 막판 러시아가 추가 감산은 미국한테만 좋은 일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해 결국 무산됐다.

그러자 가장 많은 감산을 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발끈했다. 더 이상 감산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4월부터 각 지역 공급가격을 기존보다 평균 6달러 가량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유가는 현재 가격으로 내려 앉았다.

사우디가 감산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산유국도 감산을 할 필요가 없다. 결국 공급과잉이 벌어져 국제유가는 한동안 30달러 초중반대의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6년 초반 상황의 데쟈뷰다. 2015년 미국이 셰일석유의 대량 생산으로 원유 수출에 나서자 당시 최대 생산국이던 사우디는 미국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고자 생산량을 늘리고 공급가격도 낮췄다. 국제유가는 2015년 6월 60달러대에서 8월 40달러대로, 12월 30달러대로 떨어지더니 2016년 1월 중순 20달러 초반대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의도는 통하지 않았다. 미국 셰일업계는 버텨냈고, 오히려 사우디의 재정수입이 크게 줄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국 기름값을 50% 인상하자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만 사야했다.

백기를 든 사우디는 OPEC을 주도해 감산에 돌입했고, OPEC이 잃은 시장점유율은 고스란히 미국 셰일업계가 차지하게 됐다.

2016년은 국내 정유업계에 있어 최고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역대 최대 마진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매출 39조52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3% 증가한 3조2283억원을 거뒀다.

GS칼텍스는 매출 25조77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1400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매출 16조32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169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98%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11조24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000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이듬해 정유업계는 직원들에게 100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정유업계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은 크게 오른 정제마진과 이를 뒷받침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료인 원유가격과 생산품인 석유제품가격 간의 차이를 말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당시 국내 복합정제마진(1달 레깅)은 배럴당 10달러를 넘은 기간이 상당 지속됐다. 정유업계의 복합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보통 4~5달러 수준이다. 현재 복합정제마진은 -8달러로 역마진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석유수요는 2015년 하루 9475만배럴에서 2016년 9660만배럴, 2017년 9763만배럴로 증가했다.

올해 정유업계가 2016년처럼 높은 마진을 거둘 수 있을지는 오로지 수요에 달려 있으며, 그 수요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제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IEA는 최근 발간한 오일시장리포트(Oil Market Report)에서 올해 석유수요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하루 11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수요 감소는 대부분 상반기에 진행되고, 하반기부터는 예전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1억50만배럴이었다.

IEA는 리포트에서 "석유수요는 하반기부터 예전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시장 전망은 전적으로 각국이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제압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 원민석 연구원은 "2016년 초에는 경기회복을 기반으로 국제유가 반등 및 정유,화학업종 센터먼트 개선이 이뤄졌던 반면, 현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이 다른 점"이라며 "국제유가의 의미있는 반등과 정유,화학업종의 센터먼트 회복은 경기회복 시그널 포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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